'시원'소주 브랜드로 지역 애주가들과 애환을 함께 해 온 충북소주가 대기업에 팔린 것을 놓고 뒷말들이 끊이지 않고있다. 대체로 두가닥이다. 우선 장덕수사장의 애향심 마케팅이 먹혀 "그래 우리도 다른 지역처럼 키워보자고 속 쓰려가면서 열심히 먹어줬는데 이건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다.일각에서 지적하는 '먹튀론'에 대한 공분(公憤)은 안주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는 세금 등 문제로 알려진 만큼 차익이 없을 것으로 본다) 다른 한쪽에서는 옹호론이 나온다. 제주를 제외하고 제일 작은 시장에다 주류계의 공룡인 진로와 경쟁을 벌인다는 게 언젠가 한계에 달할 것이고 또 급변하는 주류시장의 흐름을 미리 대처한, 그래서 사업가로서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 이라는 시각이다.비즈니스로만 본다면 현명한 판단이라는 것 이다. 이렇게 서로 보는 관점은 달라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10년이 채 안되는 기간이지만 '시원'과 충북소주, 그리고 장덕수사장의 이미지가 나름대로 각인됐음을 확인하게 된다. 물론 이전에도 자도주는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시원처럼 우리 고향술이라는 감성의 공유와는 멀었다. 품질에서도 그랬고, 마케팅면에서도 한참 뒤처져결국 여러번 주인이 바뀌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장사장은 이런 회사를 인수해 지역을 누비며 시원소주를 팔았다. 내 고장의 술이라는 접근법으로 주당들의 저 가슴골 밑에 숨어있던 애향심을 자극했다. 결과는 괄목할 만한 시장점유율의 상승이었다.인수초기 20% 밑돌던 것이 두배 가까이 올라갔다. 공직사회에서 시원은 '공식회식주'나 다름없을 정도였다. 그 과정에서 골리앗인 진로와의 '가당치도 않은' 경쟁을 벌였다. 다윗인 충북소주는견제도 많이 받고 때로는 벽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향토주라는 자긍심으로 인내했다.장사장이 주목을 받는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바로 지역과의 친화행보이다.연 매출 200억원 정도의 기업으로서는 과다할 정도로 각종 후원사업이나 기부, 이웃돕기 등 이타(利他)에 앞장섰다.최근엔 주폭근절 전도사로서 관심을 끌기도 했다. 몸집에 맞지않게 돈을 쓰는 충북소주를 겨냥해 무슨 속셈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질시와 의혹의 눈길이 보내진 건 당연하다. 그런 일련의 행동이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충북소주 때문에 사회환원에 무심했던 대다수 기업들은 불편해 할 수 밖에 없었다. 장사장의 선행이 이번 매각의 뒷담화를 희석시키기 위한 계산된 투자였다는 그럴듯한 분석도 나왔다. 장사장으로서는 곤혹스럽겠지만 일종의 유명세인 셈이다.


-향토기업 키우는 토양 척박



개인기업의 매각과 인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일상적이다. 그러나 전국 3%의 허약한 경제 펀더멘털인 충북으로서는 중견기업의 매각 하나에도 적지않은 파장이 생긴다. 냉철하게 충북소주라는 기업하나가 사라지는 것 이상 왜 넘기지 않으면 안되었나를 들여다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진정 외부적 경영여건의 압박 때문에 그런 것인지, 아니면 지역에서 기업을 하기에 너무 힘들게 만든 내외적 요인이 있는지를 말이다.


-지역의 역할 잘 생각해봐야


연 매출액 200억 정도 회사는 보기에 따라서 별것 아닐 수 있다. 부동산만 수백억 가진 사람들도 많은데 그 깟 소주회사 하나가지고 무슨 말들이 많으냐고 냉소를 보낼 수도 있다.그러나 이정도 매출의 소주회사가 충북의 대표적 향토기업으로 치부되는 이 척박한 환경을 이해하면 냉소는 동정의 시선으로 바뀐다. 매출이 충북소주 수십, 수백배되지만 지역과의 연결고리를 가능하면 맺고 싶지 않아하는 기업들이 수두룩하고 지역의 행정기관이나 주민들 역시 그들에게는 관대하고 옹호하는 기이한 현상 등이 만만한 향토기업을 옥죄는 사슬이 아니었는지 등도 살펴보야 할 부분이다.

지역에 뿌리를 내린 기업이라고 해 더 성장을 하도록 물심양면으로 돕기는 커녕, 앞에서 방해하고 뒤에서 흔드는, 그래서 고향에서 회사를 운영할 수 없다고 보따리를 싸서 등돌린 향토기업인들의존재는 우리에게자성을 요구하고 있다. 변변한 향토기업을 키우지 못하는 것은 지역책임이다. 이제부터라도 무늬만 향토기업인 몇몇 회사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상생의 길을 만들어 주는 것도 역시 지역의 의무이다.이게 충북소주 매각의 교훈이다.



/이정 본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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