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사건 1주년을 맞아 대전 현충원을 비롯한 많은 곳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백령도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위령탑이 건립됐다. 그날의 상처를 상기하며 재발을 방지할 것과 북한의 사과를 요구하는 궐기행사도 있었다. tv와 신문 등 각종 언론매체들은 그 후 1년에 관련된 여러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사건일지, 사건 발생 후 지난 1년간 슬픔 속에서 지내온 가족들의 모습, 같은 함정에 탔던 동료들의 고통 등. 많은 국민들이 희생된 해군장병들을 추모하고 남겨진 유족들의 고통을 함께 나눈다. 해군의 대규모 훈련도 행해졌다. 잘하는 일이다. 정말 이런 사건이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너무 감정적 구호성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건 발생 직후 군과 정부는 사건내용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오락가락 하다가, 미국 등 외국을 참여시켜 조사한 뒤 북한의 잠수정 공격에 당했다는 발표를 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을 국론분열자로 치부했고, 지금까지도 같은 태도다. 나는 정부의 발표를 믿고 있고, 대부분의 국민들 또한 그렇지만,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을 국론분열자로 모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대응 및 발표과정, 발표내용에 확실치 않은 점이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사건 초기 대응태세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군당국도 최근의 천안함백서에서 시인하고 있다. 정보기관 간 정보공유 부족, 음파탐지장치 등의 열악으로 잠수함 공격을 탐지하지 못해서 큰 피해를 당했다. 국방장관은 향후 재발방지, 도발 시 즉각응징, 멏 배의 응징 등, 도발에 대한 강력한 보복을 호언했다. 그런데 한 해가 가기도 전에 북한의 포공격으로 섬 하나가 거의 초토화되고 해병장병과 민간인이 피해를 입었다. 국방을, 안보를 그저 구호로만 해왔다는 하면 지나친 것이겠지만,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의 잘못된 생각인가. 더군다나 6.25.이후 가장 큰 피해라는 46명이나 되는 해군이 희생되었고, 또 그것도 북한 잠수정의 공격을 제대로 탐지하지 못해 당한 사건이라고 하면서 누구도 제대로 책임진 이가 없다.

단언컨대, 구호로만 외치는 안보는 안 된다. 북한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 적의 공격을 억지하고 만약의 경우 즉시 타격하여 피해를 입지 않을 실질적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천안함사건 이후 제대로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었다면 연평도사건은 일어날 수 없는 것이다. 이미 드러난 것처럼, 당시 우리 군이 보유한 대포의 숫자도 열악한데다 그나마 상당수가 고장상태였던 것은 바로 군의 대비태세가 얼마나 허술했던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천안함 폭침 이후 대잠수함 전투능력도 그다지 향상된 바 없다는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대폭 증가시키겠다던 대잠수함 링스헬기 구입도 뒤로 미뤄졌고, 가장 핵심인 새로운 음향탐지장치는 초계함 규격과 맞지 않아 못하고 있다고 한다(mbc 3.26. 9시 뉴스).

전 정권의 퍼주기식 대북정책을 비판하며 북한과 각을 세워온 현 정부가, 안보만은 확실해 할 것을 국민들은 기대했다. 그러나 오히려 쓰라린 피해를 한 해에 두 번씩이나 맛보았다. 천안함사건 시에는 무기부실로 당했다면, 연평도 포격사건은 무기부실은 물론, 교전규칙이 장애가 됐었다. 출격한 공군기가 북의 포진지를 공격하려 했으나 교전규칙 때문에 하지 못하고 돌아온 소식을 듣지 않았던가. 무기가 부실해서 당하고, 무기가 있어도 교전규칙 때문에 응징하지 못한다면 도대체 우리는 계속 당하고만 있으란 말인가. 국방장관이나 합참의장은 자위권행사 차원에서 응징하겠다고 말하지만, 그런 자위권을 종전에는 왜 행사하지 못했던가.

천안함 폭침 1주년. 비통한 마음으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보낸다. 그리고 구호성 감정적 안보가 아닌, 실질적 안보, 국민이 마음놓고 살 수 있는 안보, 더 이상 무고한 생명들이 피흘리지 않는 안보를 정부와 군당국에 촉구한다. 이를 위한 국방예산의 효율적 배분, 균형있는 군발전, 균형잡힌 대북관계를 기대한다. 안보는 흥정의 대상도 아니고, 정치적 이용대상도 아니다.




/유재풍 법무법인 청주로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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