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의 남녘은 벌써 봄 기운이 완연해 겨울을 저만치 밀어내고 있었다. 매화,동백,진달래,개나리 등 계절을 바통터치 하는 화신이 저마다 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용틀임을 하고 있었다. 성질 급한 녀석들은 이미 자기 몸을 불사르며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실로 엄혹했던 지난 겨울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였던 찬바람도 기가 꺾였다. 봄 바다의 진수는 남해라고 한다는 데 그중에서도' 바다의 땅' 이라고 하는 통영 앞바다는 말 그대로 쪽빛의 수려함으로 눈이 부셨다.한려수도의 중간 기항지 여수도 춘풍에 감싸여 한 폭의 풍경화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 뿐이 아니었다.섬 전체가 관광특구로 지정된 통영 미륵도를 비롯, 해상국립공원인 이 지역엔 휴일을 맞아 경향 각지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활기가 넘쳤다.바다라는 천혜의 보고(寶庫)가 있긴 하지만 같은 국립공원이라도 을씨년스러운 속리산의 풍경과는 너무 대조적이었다.휴일 낮인데도 길거리엔 작업복을 입은 근로자들의 발걸음에는 힘이 넘쳤다. 우리 지역에서는 좀처럼 목격할 수 없는 낯선 모습으로 다가왔다. 관광객 물결에 산업의 역동성이 겹쳐 부럽기 짝이 없었다. 내년 세계엑스포가 열리는 여수도 비록 규모는 축소됐다 하더라도 곳곳에 공사 굉음이 들리는 등 역시 비슷한 분위기였다. 임해(臨海)공업단지가 자리잡은 광양은 제철소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철의 고장임을 뽐내고 있었다.


-활기찾을수 없는 지역경제


피상적이라 할지 몰라도 분명 침잠일로의 우리 지역과는 사뭇 판이한 현상임엔 틀림없고 그렇다면 내륙의 우리는 이런 그림을 그릴 수는 정녕 없는 것인지 답답함을 느꼈다.

지난 해 7월 출범한 민선5기는 벌써 10개월의 여정을 보내고 있다. 임기의 약 5분의1일 지난 셈이다.결코 짧지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서민의 지사를 자처한 이시종 도정은 이렇다 할 변화를 보이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이다.워밍업 기간인지 모르지만 몸풀기 치고는 너무 길다. 민선 4기 기업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동중동(動中動)과 비교할 때 정중정(靜中靜중)인 것 같다. 여러 정책이나 시책을 늘어놓기는 했지만 어느 것 하나 속도를 내는 것을 찾기 어렵다.충북비전 2014 계획은 원대하지만 향후 100년의 먹거리를 창출하는 컨셉트로 당장의 경제피로를 극복하기엔 체감이 미약하다. 청주공항 활성화를 위한 활주로 확장이나 수도권 전철 연결 등의 그림도 그려졌지만 세부 계획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경제자유구역은 지정 여부가 불투명하다. 과학벨트는 지역간에 싸움으로 어떻게 될지 안개속이다. 이렇게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것 없이 우왕좌왕 하다보니 신뢰가 멀어져갔다. "도대체 이지사는 뭐하고 있나"라는 대처의 민원이 높아가고 있다.

여기에 그나마 지역에 뿌리를 내린 기업들이 흔들리고 있는 것 역시 서민들의 생활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번듯한 관광자원이 부족하고 다양한 일거리와 먹거리를 가쟈다 주는 바다도 없는 우리로서는 이를 대체할 방안이라면 그래도 기업을 끌어오는 것이 최상이다.그리고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오송 ·오창 등 충북도가 지향하는 바이오산업이나 정보통신산업의 집적화는 분명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것임엔 틀림없으나 당장 '오늘'이 문제다. 적지않은 주민들은 굴뚝없는 산업도 중요하지만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공장의 굴뚝도 보고 싶어한다.


-서민 챙기는특단대책 필요


그래서 묻는다. 충북도청에 경제에 관한 컨트롤 타워가 과연 있기나 한 것인지, 다행히 존재한다고 하면 가동은 제대로 되는지 말이다.시들어가는 꽃 처럼 푹 가라앉은 사람들을 벌떡 일으켜 세울 경기 부양의 비아그라라도 투약을 할 계획은 세우고 있는지 ,아니면 언제까지 이런 지경을 방치할 것인지 주민들은 경제살린다고 하는 사람들의 입을 쳐다보고 있다.

매사 좌고우면한다는 부정적 캐릭터가 굳어지고 있는 이 지사로서는트레이드 마크인 서민경제를 살릴 특단의 뭔가를 강구해야 한다.' 당당한 충북'도 주머니가 비면 말짱 도루묵이다. 임기도 순식간에 지나간다.그 다음엔 심판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정 본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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