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신문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우리나라 청소년이 경쟁 위주의 입시 교육 영향 때문에 '남과 더불어 사는 능력'이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고 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36개국 중학교 2학년에 해당하는 청소년의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 지표를 계산한 결과 우리는 1점 만점에 0.31점으로 35위에 그쳤다는 것이다. 우리 청소년들은 지필시험 성격이 강한 영역만 점수가 높고, 대내외 활동 부문의 결과는 극히 저조하게 나왔다니, 더불어 살아가는 품성 이 절실한 때에 가슴 따뜻한 미담들이 있어 가뭄 끝에 단비 같다.

한 비구니 스님이 오랫동안 속세로 출타했다가 땅거미가 내릴 무렵 사찰로 돌아오니, 법당 근처에 포대기에 싸인 것이 있어 살펴보니 갓 태어난 젖먹이 아기라서 화들짝 놀랐다. 인적이 드문 외진 사찰에서 갓난아이가 얼마나 오래 겨울 추위에 떨었는지 오들오들 떨고 있어 스님은 마음이 급해졌다. 동이 트자마자 아이를 안고 병원으로 달려가 치료는 받았지만 출생신고가 안 된 아이여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았다. 부처님만 봉양하며 살아온 스님에게 치료비는 적잖은 부담이었을 것이다.

절에서 그것도 비구니 신분으로 아이를 키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스님은 부처님이 준 인연(因緣)이라고 알고 아이를 키우기로 했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으려고 아들로 출생신고를 하였는데, 이 친생자(親生子) 때문에 승적(僧籍)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 법정에서는 주지스님을 후견인으로 지정하고, 아이에게 새로운 성(姓)을 만들어 주고 계속 보살필 수 있게 하였다. 아이는 친부모에게 버림받았지만 스님의 품 안에서 행복하게 자라고 있다니 참으로 가슴 따뜻한 이야기라서 큰 감동을 받았다.

또, 미국에 입양된 지 35년 만에 한국 아이를 입양하려고 모국에 돌아왔다는 미스터 서튼이란 분도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한국 이름은 '단신희'이고, 태어난 지 2년 뒤 3살 터울인 오빠와 함께 미국으로 입양되었다고 한다. 셔튼은 가족들 사랑 속에 자랐고, 중학교 때부터 '결혼하면 반드시 내가 태어난 한국의 아이를 입양하겠다.'고 결심하였다니 얼마나 장한 일인가!

35년 만에 시어머니와 함께 와서 첫 만남을 갖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아이 이름은 '그라함'이고, 아이가 '안녕'이라고 첫인사하며 함박 웃음을 짓던 순간은 앞으로 평생 잊지 못할 큰 기쁨이었다. 아이를 데리고 비행기를 타고 50여 명의 친척들이 환영을 나올 미국으로 갔다니, 이 또한 가슴 벅찬 미담이다.

충북도교육청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행복한 충북교육'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특색사업으로 존경과 사랑이 넘치는 행복한 학교를 열어가고 있다. 정다운 인사말로 내가 먼저 '인사 잘 하고, 인사 잘 받기'운동을 전개하고, '사랑합니다!',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슬로건을 통한 범도민 '행복한 인사나누기'운동을 학교와 학생들부터 실천하며 확산되도록 하고 있다. 바로 '남과 더불어 사는 능력'을 기르고, 조화로운 학력 신장과 함께 진취적인 바른 품성을 함양하고 실천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모쪼록 이러한 운동과 교육이 하루속히 뿌리내려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이 온 누리에 가득 꽃피우길 기원한다. 머지않아 화창한 봄에 만발할 온갖 꽃처럼.



/김진웅청주 경덕초등학교 교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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