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소주가 롯데로 넘어간 지 20여일이 됐는데도 아직 화제의 중심에 서있다.과거 몇차례 지역연고 기업이 또 다른 대기업으로 매각된 적이 있지만 충북소주 경우처럼 언론의 주목과 애증의 대상이 된 적이 없었다.어떻게 보면 연 매출 200억정도에 불과한 기업의 현실치고는 대단한 '대접'을 받는다고도 볼 수 있다.업종이 서민의 애환을 담고 있는 소주를 주로 만드는 대문인지 몰라도 비난과 수긍의 교차가 만발하고 있다.물론 애향심 마케팅의 행동대원인 주당들이배신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충분히이해가 되지만 기업하는 사람들의 관점은 그렇지 않은 것 역시 사실이다.

충북소주를 경영했던 장덕수사장이 일각에서 비난을 받는 것은 그의 공격적 경영전략에 기인한다. 내고향 술이라는 감성에 가식이든, 진심이든지간에 여기저기 지역 대소사에 '과할' 정도의 노블레스 오블레주를 얹혀 시장확대에 성공했다.이는 상대적으로 다른 기업들의 시기를 받았고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개연성도 짙었다.지나친 비약인지 몰라도 이제 그나마 그런일을 앞장설만한 기업이나 인물을 찾기 어렵게 된게 아니냐는 우려와 허탈이 배신감 운운 등의 변형이 돼 그에게 화살이 꽂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향토기업 각오로 상생 노력


그러나 언필칭 향토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충북소주의 매각을 둘러싸고 지역민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여태까지 고향술이라고 열심히 먹어줬는데 홀딱 팔아넘기고 사주만 배불린 것"이라며 분노에 찬 지탄을 보내고 있지만 그 시각을 다른 곳으로도 돌려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이중성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예가 있다. 기실 오래전 명실상부 향토기업이었던 속리산고속이 부산의 버스업체에 팔리고 수년전 호남이 모태인 금호그룹으로 다시 넘어갈 당시에 지금처럼 시끄럽지 않았었음을 기억하게 된다.고속버스야 말로 서민의 교통수단인 만큼 근본이 비슷하다고 보지만 대하는 시선은 무반응에 가까왔다.외형도 충북소주보다 훨씬 큰 회사였고 속리산이라는 지역연고성으로도 당연히 비난이 일었어야 하나 그렇지 않았다.지금과 현격히 비교가 되는 시추에이션이다.그렇다고 이 회사의 지역기여도나 사회공헌이 도드라지는 것도 아니다.그 부분에 대한 행적을 찾기도 어렵다.그래도 별 말없이 잘 굴러가고 있다.

성격은 좀 다르지만 또 있다.일년에 수천억씩 긁어가지만 땡전한푼 내놓지 않는 재벌 대형할인점들의 후안무치이다."지역생산품을 쓰고 고용효과가 있지 않느냐"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요즘 기업이 갖춰야할 대표적 덕목인 사회환원에는 외면으로 일관하고 있다.이런 안하무인에 주민들 역시 관대하다.일부 시민단체만 이들의 오불관언을 지적하지만 '너 지껄여라'이다.향토기업이 아니라 그런 것인가.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다.향토기업만 지역에 근거지를 둔 죄로 이 눈치 저 눈치 봐야하고 대기업들은 '노터치'가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는 것은 매우 불공평하다.


-지역과 담쌓는 기업에 모범을


그런가하면 충북소주와 지역에서 경쟁관계인 진로의 경우 대기업이지만 나름대로 지역일에 관심을 가지고 후원이나 복지분야의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그러는 한편 세금을 지역에 낸다는 마케팅을 펼치며 향토주이미지를 생성하고 있다.이는 충북소주의 영업전략에 자극을 받은데서 비롯됐음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비록 경쟁이지만 이런 선린관계도 파생되는 것을 잘 살펴봐야 한다.

그렇다면 롯데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자명해진다.그룹의 자회사이긴 하지만 충북을 근거지로 하는 분명히 자세와 노력이 요구된다. 회사측에서도 충북소주의 이름을 유지하고 고용과 시설확충 등의 복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행의지가 중요하다.향토기업으로서의 공백을 메우는데 앞장을 서야하는 자세가 갖춰져야 함은 물론이다.사회공헌은 더 말할 것도 없다.이전의 경영자가 가졌던 관심보다 적어진다면 비난은 피하기 힘들것이다. 그래서 지역과 등을 지고 있는 여타 큰 회사들에게 모범적 동기부여를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지자체,경제단체,주민 등의 상생 노력도 필수이다.그리하여 자기 배만 채우려는 집단들에게 공동체의 삶이 무엇인가를 깨우쳐줘야 한다.




/이정 본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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