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푸르름이 대지를 물들이고 있다. 춘래불사춘이라 했던가. 봄이 왔어도 빗장을 열지 않을 듯 하더니 봄이 오긴 왔나 싶다. 하지만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는 유가, 살인적 물가 등으로 체감계절은 아직 겨울이다. 그런데도 누리에 봄을 알리는 전령사들이 봄이 왔음을 알린다.

지난 겨울 혹한의 긴 터널이 나무나도 길었던 탓인가. 유난했던 꽃샘 추위의 통과의례도 거치고 나니 봄맞이에 가슴이 설레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게다. 그래서 올 봄이 더욱 반가운가 보다.

세상의 일들이 우리를 힘들게 하여도 자연의 시간은 그대로 흘러 또 다시 봄은 오고 세월은 강처럼 흘러 겹겹이 쌓인다. 이런 세월 속에서도 매서운 겨울바람을 뚫고 길가엔 다소곳이 노란 산수유가 피었다. 너도 나도 봄꽃에 취해 산을 찾고 길을 걷는다.

그렇지만, 꽃을 만나러 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마냥 행복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이웃나라 일본의 지진과 방사선 피해 공포, 겨우내 구제역으로 죽어가 아무렇게나 파묻힌 수백 만 가축들의 울음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어디 그뿐인가. 아랍권에선 민주화의 열망으로 수많은 시민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그런 아픔을 겪는 이웃들을 떠올리면 펑펑 꽃망울 터지는 봄 소식에 마냥 행복해 할 수만도 없을 것 같다. 국가나 개인이나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자연의 섭리인가 보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남의 불행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 대한민국 호(號) 역시 난파 (難破) 직전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간 국책사업 유치전이 경쟁을 넘어 "너 죽고 나 살자"식의 이전 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쟎은가.

과학벨트 사업은 나라를 네 동강내고 있다. 경기, 충청, 호남, 영남권이 자기 지역이 최적지라며 임전무퇴(臨戰無退) 태세다. 망국적 지역 다툼의 모양새다. 지역 감정이 새삼스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작금의 지역갈등은 갈 데까지 간 듯하다. 국책사업을 둘러싸고 온 나라가 서로 물고 뜯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이성이나 공동체 의식, 국익(國益)은 어디서고 찾아 볼 수가 없다. 오직 '내 지역만 잘 되면 그만'이라는 탐욕이 판을 친다. 현 정부 출범이후 크고 작은 갈등이 계속돼 왔다. 지역과 이념 · 계층 간 갈등 외에도 세종시와 4대강 사업 등 정부가 추진해 왔던 각종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갈등은 난국을 극복하는데 필수적인 사회 통합과 국민 화합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다양한 갈등을 해소하려면 소통과 배려, 설득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과학벨트나 신공항 같은 대선공약이 공약대로 진행되었더라면 지금과 같은 후유증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계층간 양극화도 모자라 지역갈등까지 조장하는 정부에 국민은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오송생명과학단지와 행정도시 세종시가 충청권에 건설된 것처럼 과학벨트 입지도 과학논리로 접근되어야 한다.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론"의 타당성은 과학적으로도 이미 규명된 일이 아니던가.

충청도민은 돌아가는 세상의 일들이 험난할수록 더욱 합심하여 우리 충청도에 균형과 형평이 최우선될 수 있고, 우리도가 더욱 일취월장(日就月將)할수 있도록 자생력을 갖추는데 전력투구해야 할 때다.

정부가 국민의 적극적인 지지와 성원을 얻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신뢰 쌓기, 공감하기 그리고 희망 주기가 아닌가 싶다.

대통령이 자신의 언행에 책임을 지며, 정직하고 투명하게 행동할 때 국민에게 더욱 존경받고 신뢰를 받는 정부가 되리라.

우리에게 지어진 짐은 무겁지만 꽃가지 마다 하나하나 터트리는 꽃망울처럼 밝은 소식이 전해 올 기대로 마음이 부푼다.




/김정열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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