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마당] 양산 ㆍ 충남 논산 개태사 주지스님

아침 산사는 풍경소리로 시작한다. 고즈넉한 이곳에도 세상사는 모두 전달된다. 경제가 엉망이고 도덕이 땅에 떨어지고 있다고 개탄하는 글이 끊이질 않는다.

이런 가운데 눈을 끈 것은 우리와는 다르게 잘나간다는 미국의 ge라는 회사와 패륜을 범한 우리나라의 어떤 아버지였다.

연매출 100조원이 넘는 세계 초우량 기업인 ge를 설립한 사람은 에디슨이라는 천재 발명가다. 에디슨은 어려서 다른 아이들보다 학교 성적이 뒤떨어져 놀림을 받곤했다. 주위에서는 그를 바보로 놀리기 일쑤였고, 가까이 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성적보다 아이의 주의력과 성격에 관심을 두고 관찰했다. 훗날 그를 천재 혹은 발명왕 이라는 칭호를 듣게 만든 것은 어머니의 사랑과 노력의 결과였다.

"신이여 저에게 사흘만 볼 수 있도록 허락하소서"라는 말로 우리의 기억속에 남아 있는 헬렌 켈러는 말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면서 미국의 사립 명문인 하버드대 래드 클리프칼리지를 우등으로 졸업했다. 특히 정상인보다도 열정적인 다양한 봉사 활동을 하면서 사회에 공헌을 해 빛의 천사로도 불린다.

그녀의 이러한 성장을 도왔던 것은 설리번 선생님과 또한 어머니였다. 아이에게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말고, 장애를 갖게 됐지만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을 가르치며 보다 고양된 정신세계로 향하는 길을 꾸준히 도왔다. 후에 그녀는 미국인이면 누구나 영광스러워 하는 자유의 메달과 프랑스의 레종 드뇌르 훈장까지 받았다.

우리나라에도 장애를 가진 딸을 업고 17년간이나 등교를 도운 어머니가 있다.

장애인 화가인 유경화씨와 어머니 오화순씨다. 스물 다섯된 딸을 아직 어머니가 업고 다닌다. 그래서 화가인 그녀는 산의 절경과 그 속에서 숨쉬는 다양한 생명의 소리를 화폭에 담아낼 수 있었다.

이러한 사랑과 헌신 덕택에 그녀는 대전 목원대학교 미술학부 동양화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는 영광을 누렸다.

이렇게 재능을 살리고 내 인생에 주어진 것 보다 더 많은 기쁨과 보람을 누리게 된 데에는 역시 어머니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전 산사로 날아든 돌팔매같은 기사는 딸의 생명을 앗아간 아버지에 대한 것이었다. 재혼을 하는데 방해된다며 다섯살 박이 딸을 목졸라 숨지게 한 뒤 바다에 버렸다는 것이다. 인륜과 도덕은 찾아 볼 수 없는 참담함 자체였다.

경제가 어렵다고 난리다. 그래서 도덕은 잠깐 주머니에 넣어 두자고 성급히 말하려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 경제가 더 잘 돌아 갈 수 있을까.

ge의 성장은 사랑과 인륜이 제대로 뿌리내린 가정과 사회가 원동력이 됐다.사랑과 도덕이 제대로 된 경제 토양을 만들어 준 것이다.

만약 어머니가 에디슨을 그냥 열등아로 치부해 천륜을 끊었다면, 지금의 미국은 과연 세계를 상대로 한 초우량 기업을 키워낼 수 있었을까.

헬렌 켈러와 같은 장애아를 키우기 어렵다고 버렸다면 인권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미국인들의 자긍심의 깊이가 이토록 두터워졌을까.

경제는 인륜과 도덕이 회복된 건전한 가정이 근본이 된다. 오늘 당장 어렵다고 억겁을 돌아 지금 마주한 인연을 버리는 것은 자기 자신과 미래를 버리는 것에 다름 아니다. 천륜과 인연은 우리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묶고 있는 끈이다.

그 끈이 끊어지면 모든 것이 허물어지게 된다. 이 끈이 없는 경제 발전과 부의 향유에 대한 기대감은 공(空)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오화순씨 모녀와 같은 이가 있어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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