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래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교수

"나의 뇌를 어떻게 하면 개발할 수 있나요?"

기업 및 교사연수, 학부모 특강에 가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이다. 하지만, 질문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나는 나의 뇌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라고.

평상시 우리는 뇌를 심장이나 간, 신장처럼 생물학적 기관으로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인체 기관들은 기능상 문제가 있으면 이식을 한다. 인공심장도 장착하는 시대다. 심장도 하나의 장기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에도 그렇게 생각했을까?

고대 이집트인들은 내세(來世)에 영혼이 잠들 육체가 있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미이라를 만들었다. 영화에서 보면 미이라를 만들 때 모든 내장을 꺼내어 없애지만 심장만은 보관했다. 이집트인들은 심장을 감정과 사고, 의지와 마음가짐을 좌우하는 생명의 근원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뇌는 어떻게 했을까? 코를 통해 쇠꼬챙이나 빨대로 흡착해 제거해버리거나 이마를 잘라 꺼내어 없애버렸다. 뇌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심장을 바꾸는 것과 뇌를 바꾸는 것은 다르다.

‘뇌’는 인체에서 유일하게 정신활동을 담당하는 생물학적 기관이라 ‘뇌’를 바꾸면 사람이 바뀌는 문제가 일어난다. 마음 작용의 본질이 심장에서 뇌로 바뀐 것은 인류 과학이 밝혀낸 위대한 산물이다.

하지만, 성인들 대부분 뇌를 떠올려 보라고 하면 십중팔구 쭈글쭈글한 뇌 형상을 얘기한다. 어릴 적 뇌교육 훈련을 받은 아이들에게 질문하면 밝다, 무겁다, 우울하다 등 자신의 상태를 표현한다. 무의식적으로 뇌를 생물학적 기관으로 생각하느냐, 변화와 계발의 대상으로 받아들이느냐의 차이이다.

마음 기제의 총사령탑이 ‘뇌’라면, 이러한 뇌에 변화는 주는 첫 번째는 무엇일까. 뇌가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바깥에서 오는 정보를 입력받아, 처리해서, 출력하는 일종의 정보처리기관인데, 그 바깥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자신의 ‘몸’이다.

그래서 태어나서 300~400g에 불과한 두개골 속 자그마한 아기의 뇌가 자신의 몸과의 소통을 통해 신체에 대한 조절력을 키우는 것이 첫 번째이다. 처음에는 몸 전체를 움직일 수 있고, 조금 지나면 사지를 쓰기 시작하고, 그러다가 사지 말단의 손가락과 발가락을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몸과 두뇌의 운동 영역간 신호전달이 이루어지며, 두뇌 신경망이 세밀해지는 과정인 셈이다.

‘움직임’은 뇌 발달의 근간이다. ‘동물(動物)’의 ‘動’이 움직인다는 뜻이고, ‘움직임(motion)’은 동물(動物)과 식물(植物)을 구분 짓는 기준임을 떠올려보자. 생물종의 진화적 측면에서 볼 때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움직임의 다양성과 복잡성, 감정기제를 통한 행동의 예측 그리고 언어와 고등정신기능을 가진 생명체이다.

두 발로 서는 시점부터 아기의 뇌는 자신의 몸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다. 다음으로 몸 바깥의 대상과의 상호작용으로 두뇌발달이 이루어진다. 인간과 자연과의 소통단계, 즉 감정기제의 발달이 진행되고, 마지막이 인지학습의 단계이다. 태어나자마자 얼마 지나지 않아 성인 뇌기능을 대부분 사용하는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따라 두뇌발달이 오랫동안 이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뇌를 발달시키는 근본은 ‘움직임’이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마음’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 중 인간의 뇌 만큼 복잡한 구조와 기능을 가진 존재는 없으며, 태어난 이후 이토록 많은 뇌의 변화를 가져오는 존재 역시 단연코 없다. 집중과 몰입,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상상, ‘나는 누구인가’로 대표되는 내면탐색 또한 인간의 고등정신 능력이다.

인간의 뇌는 지구상 그 어떤 생명체보다 ‘뇌는 변화한다’라는 기제가 뜻하는 ‘뇌가소성(neuro-plasticity)'의 원리가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적용되는 존재이다. 1천억개의 신경세포와 100조개 이상의 시냅스 연결로 이루어진 인간 뇌의 신경망의 커다란 장점은 훈련과 경험을 가지면 매우 능숙해지는 구조, 즉 신경망의 패턴화를 갖는다. 시작은 어렵지만 반복적 입력이 들어가면 숙련된 학습구조를 가지며, 학습된 신경망 패턴은 새로운 상황에서 최적의 답을 찾아내도록 만든다.

뇌를 가진 다른 동물들은 시간이 흘러도 주변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오진 않지만, 인간은 머릿속에 떠올린 상상을 현실로 이루어내는 창조적 능력으로 인하여 시간의 흐름 자체가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어릴 때와는 달리 나이가 들다 보면, 가끔 ‘너무 경직되어 있어’, ‘고리타분해’, ‘사고틀이 강해’라는 얘기를 종종 접하게 된다. 신경망의 강화와 패턴화는 생각과 사고의 유연함 등 ‘의식’이란 측면에서 보면 자칫하면 고착화를 만들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고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덜해지는 것을 단순히 노화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냥 살아가는데 익숙해지면 안 된다. 삶의 무료함을 느끼고 현재에 안주할 때, 언제나 같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나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무언가가 없는 삶이라 뇌가 인식할 때, 바로 그 순간 뇌 기능은 약해져 간다.

‘눈에 반짝거림이 없어질 때, 뇌는 쇠퇴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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