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심심치 않게 의외의 자살 소식을 접하면서 놀란다. 의외인 이유는 자살하는 사람들 중에는 많은 경우가 남부럽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움과 명성, 부를 모두 가지고 있었던 최진실이 자살했을 때, 일반 사람들이 받은 충격과 사회적 파장은 참으로 컸다. 수험생을 가진 엄마의 입장에서 자식이 들어가기를 바라는 명문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자살을 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공부 못하는 걸 속상해 하기 보다는 차라리 정신 건강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심지어 남들은 되려고 해도 운과 능력이 따르지 않으면 얻기 어려운 직업인 교수가 된 후에 자살을 선택한 소식이 들려올 때는, 도대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할 만큼 어려운 일이 무엇이었을지 생각하기 어렵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 그것은 천재의 특성일 수도 있지만 정신이상과도 통한다. 천재 화가 반 고흐도 정신병을 앓았고, 영화 '뷰티풀 마인드'로 유명한 수학자 존 내쉬도 정신분열증을 앓았다. 음악가로서 모차르트, 베토벤, 차이코프스키, 바그너 등도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 연구에 의하면 정신이상자의 뇌와 천재의 뇌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뇌 속에 있는 도파민 d2 수용체가 낮다는 것이다. 도파민은 뇌에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인데, 정신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기 때문에 정신분열증을 치료하기 위해서 도파민 d2 수용체에 도파민이 결합되지 못하도록 막는 차단물질이 사용된다. 만약 이러한 약을 사용하지 않으면, 과도한 도파민 때문에 여러 정보를 걸러내지 못하고 대뇌가 혼란에 빠지면서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천재의 경우에는 대뇌에서 갖가지 생각과 이미지가 한 번에 떠오르면서 오히려 굉장히 창의적인 걸작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천재들의 대부분은 행복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경우도 많았다.

대부분의 자살은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2010년 보건의료 통계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살 사망률은 oecd회원국의 평균보다 무려 두 배 가까이 높다고 하니 놀랍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헉슬리가 쓴 '멋진 신세계'라는 소설에 보면, 신세계의 인간들은 매일 일정량의 '소마'라는 묘약을 배급받는데, 그 약을 먹으면 우울증에서 벗어나 아무런 걱정 없이 마치 '천국'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생활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우울증에서 벗어나 아무런 욕구불만도 없이 살아가는 세계 역시 바보들의 천국이기 때문에 문제로 제기하였다. 적당한 스트레스와 이를 이겨내기 위한 노력은 인간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출간된 지 100여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날에도 멋진 신세계에서 묘사하는 사회는 현대 사회와 굉장히 유사하기 때문에 참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 신세계를 지탱하는 '소마'에 해당하는 의약품이 바로 미국의 일라이 릴리사가 개발한 세계적인 항우울증 치료제인 '프로작'인데, 이 약을 먹으면 세로토닌을 분비시켜 자살 충동을 막고 행복감을 유지시킨다는 것이다.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와 더불어 '해피메이커(happy maker)' 로 부르며 이 약이 가정 상비약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한다.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약물에 의존하는 이러한 현상을 우리는 건강한 사회라고 보아야 할까? 어떻게 우리가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며 살 수 있을지 고민해 보아야 할 때인 것 같다.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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