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장래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교수

기업에서 인재를 선발할 때 사람 됨됨이, ‘인성(人性)’을 중요시 여기기 시작하고 있다. 기업에서의 면접시간 증가와 채용방식의 고도화가 이루어진 배경도 맥락을 같이 한다. 20세기에 지식과 기술이 밖으로 드러난 인간의 역량의 대표적 지표였다면, 21세기 들어 보이지 않고 드러나지 않는 내적 요소가 더욱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모든 것이 연결된 정보화 사회로의 진입과 인공지능(AI) 시대의 출현이 과거 착하고 도덕적인 것을 의미했던 인성을 인간 고유역량 계발 차원으로 확대해 바라보게 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인적자원계발(HRD) 분야에서 대표적인 지표로 손꼽히는 ‘태도(Attitude)’ 역시 몸과 마음의 상태가 외부로 나타나는 것으로 이른바 인간의 내적역량을 의미한다.

지구촌에 감성 충격과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는 BTS의 아버지 방시혁 대표. 그는 초기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뽑을 때 가장 중요시했던 것이 ‘재능’이 아닌 ‘인성’이었다고 여러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BTS의 성공분석을 다른 책 ‘BTS Insight, 잘함과 진심’에서 보면, 인성적 요소로는 도덕성만이 아니라 열정, 끈기, 성실성, 협동심 같은 것으로 보았고, 해당 영역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선발하지 않는 원칙을 가졌다고 알려져 있다.

신체적 매력은 호감을 갖게 하고, 기량적 요소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지속성 차원으로 확대하면 인성적 요소가 가장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인간의 내재적 요소가 결국 두뇌 잠재성 계발로 이어지고, 밖으로 드러나는 태도가 사람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인간 역량에 대한 교육계 인식 또한 변화하고 있다. 현대 교육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지덕체(智德體)’의 맨 앞줄에 놓인 ‘지(智)’. 서구 문명의 꽃으로 불리는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공교육 시스템이 체계화된 지 200년이란 시간 동안 ‘인성(人性)’은 국가 차원의 인적자원계발의 첫 번째 목표는 되지 못했다.

서양 근대철학의 출발점이 된 르네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인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역시 현대인들의 사상과 교육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후, 진화론의 등장으로 신과 인간을 바라보는 인식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생물학, 인지과학, 신경과학 등 인류 과학의 발달은 몸과 마음의 상호작용에 기반한 신체, 감정, 인지 사고체계에 대한 커다란 전환점을 가져오기에 충분했다.

건강의 핵심 키워드가 심장에서 뇌로 옮겨오고, 인간 의식의 기전을 밝히려는 뇌과학이 인류과학의 정점으로 주목받는 때이다. ‘마음과 몸은 기능적으로 독립되어 있다’라는 예전의 명제는 인류 과학의 발달로 옛 문장이 되어버렸다. 인간의 역량 변화에 있어 상징처럼 되어버린 지력이 아닌, 더 근본적인 내적 요소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20세기 생물학과 신경과학의 발전은 인간의 성장 기제가 다른 동물과 확연히 다름을 보여주었다. 동물은 유전적 요인으로 살아가는 동안 변화가 크지 않지만, 인간은 유전과 환경의 조합으로 전 생애를 걸쳐 변화하는 고등생명체이다.

눈여겨볼 것은 오랜 성인기까지의 발달 시간 그리고 신체, 정서, 인지적 단계를 겪는 인간 뇌의 특별함이다, 아기의 뇌가 자신의 몸과 소통하면서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신체적 발달이 먼저이고, 다음이 자신의 몸 바깥의 대상과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정서적 발달 단계이다. 이 시기에는 생명체와의 다양한 교류의 폭과 깊이가 정서 기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마지막이 뇌의 가장 바깥쪽에 해당하는 인지 학습의 발달이다.

오늘날 인류 과학의 발달이 ’인간은 어떻게 변화하는가‘에 대한 모든 것을 제시해 주지는 못할지라도, 마음이 중요하고 몸은 그저 도구에 불과한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몸이 마음에 미치는 우선적 영향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바야흐로 20세기 교육을 벗어난 새로운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21세기 인간 역량에 대한 인식변화는 교육패러다임의 전환을 불러오고 있다.

“인성(人性),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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