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왔건만 봄은 아니로다.'

꽃도 피어 만발하고, 풀과 나무들 새싹을 돋우며 푸르름이 더해가는 봄은 한가운데 왔건만 일기 불순하여 봄인 줄도 모르고 세월이 간다. 벌써 5월이다. 여느 해 같았으면 여름이 다가와 뜨거운 햇살이 내려쬐일 그럴 때이다. 그러나 이상 기온과 날씨의 변화무쌍함에 마음이 편치 아니하고일상도 마음가짐도 새삼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한다.

저번 주 상당 산성에 올랐다. 날씨 탓에 꽃들이 느즈막히 피어나고 꽃망울을 터트리려 잔득 움츠리고도 있었다. 시민들은 가족과 친구, 연인들이 많이도 올라와 '오는 듯 가는 봄'을 맞으며 여유를 즐기는 행복하고 즐거운 모습들이었다. 여전히 상당산성은 시민들의 훌륭한 휴식처였다. 그러나 문제는 성안까지 들어가야 하는 자동차들의 정체와 주차난이었다. 우리들의 요사스런 마음이 남문까지 차를 가지고 가게하고맛진 요리와 동동주 한잔의 기분을 풀고 싶으니 산성마을 안까지 끌고 들어가게 된다. 이들을 탓할 수만 없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를 푸는 좋은 방법은 강제로, 안된다고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가 아니라 그렇게 할 수 없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도록 하는 것이다.

그동안도 성곽둘레를 복원한다고 수많은 예산을 투여했다. 그런데 더 근본적인 것은 음식점과 상가를 과감히 성밖으로 이전하여 민속마을을 별도로 만드는 방안이다. 상당산성의 문제 해결에 대한 방안은 이미 십년 전후부터 나왔다. 산성마을 이전사업은 주민들도 다들 찬성 동의하여 추진만 기다려 왔다. 그러나2, 3대 전임시장부터 이에 대한 구상안만 거론되고 해결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하는 다시 거꾸로 간 상황이다. 문제는 예산이라고 한다. 예산만 탓할 일이 아니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상당산성은 이미 국가사적이고 조선시대 후기 산성의 전형을 보여주는 유적으로 충북도와 문화재청이 추진하는 중부내륙산성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사업의 주요대상이다. 그러므로 상당산성의 문제는 비록 청주시 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 만큼 청주시와 충북도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행정적 재정? 예산적으로 지원하는 유적이다.

중앙정부에 보수정비 예산을 받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당산성의 올바르고 근본적인 대책을 위한 계획을 세워 예산을 얻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중 하나가 산성마을을 밖으로 빼고 원형으로 유지하거나 복구될 수 있도록 예산을 바르게 써야한다. 성곽둘레를 완벽히 보존하겠다고 자꾸 손대고 고친다면, 분칠로 화장만 한 격이지 진정성은 손상되고 예산만 낭비하는 셈이다. 세계문화유산이 되려면 특히 유적의 진정성에 훼손되어서는 안된다. 보은의 삼년산성의 경우 진정성이 훼손되어 세계문화유산 대상 잠정목록에 보류되었다가 이를 회복 복구하 조건으로 구제되었다. 충주의 장미산성과 단양의 온달산성도 복원한다며 수억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진정성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 같아 심히 염려스럽다.

경기도는 2년전 남한산성을 세계문화유산에 올리겠다고 사업을 추진하여 지난해 잠정목록(예비대상)에 올리고 우리지역의 중부내륙산성군을 제치고 우선대상으로 되게 하였다. 우리가 추월당한 셈이다. 물론 충북도에서는 2013년까지 목표를 세웠다 한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으로는 요원한 사정이다. 우리가 세계문화유산이 '되고 안되'고에 목숨을 걸자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지역의 유산을 세계적인 수준의 유산임을 인증 받고, 우리의 위상을 높이고 자랑하는 일을 안할 것은 없지 않겠는가. 의 세계문화유산 등록한 수원화성의 성공사례로 볼 때 우리도 야무지게 도전해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상당산성은 유적과 기록, 그리고 역사적 이야기들이 잘 남아있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산성 중에 하나이다. 특히 충청병마절도사가 해미에서 청주로 이전해 온 후 야전사령부가 주둔하고 있었던 곳으로 조선의 육군과 승군이 훈련하며 지키던 곳이다. 더욱이 영조40년(1764년) 왕명에 의해 그려 올린 상당산성도가 남아있어 운주헌, 제승당, 공북정, 보화정 등등등 복원할 방법이 뚜렷한 곳이다. 산성복원사업은 국가적인 사업이 될만하며, 이 곳에 조선무예의 시현과 조선병영체험 프로그램을 가진다면 더욱 관심과 지지를 받을 만 한 곳이다. 세계문화유산이 되고 또한 매혹적인 문화콘텐츠가 있는 상당산성의 변신을 기대해 본다.



/정지성 문화사랑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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