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장래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교수·브레인 편집장

“초등학교에서 집단 아이큐 검사를 했다는 얘기 들어본 적 있습니까?“

교육청 연수나 학부모 특강에서 자주 묻는 질문이다. 인공지능과 공존 혹은 경쟁할 인류 첫 세대에게 가장 부정적 영향을 줄 1순위는 다름 아닌 20세기 교육적 틀에 고착된 아이큐 세대 부모들이라는 위험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아이큐 세대를 거친 부모들은 지금도 공부를 잘 하면 ‘머리’가 좋다고 말하고, 체육, 음악, 미술 등 분야에 돋보이면 ‘재능’이 높다고 표현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들과 잘 사귀며, 또래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자녀를 보며 부모는 아이의 특별한 두뇌능력을 생각할까.

IQ 100년 역사를 저물게 했던 주인공 중 대표적인 다중지능(MI: Multiple Intelligence). 1983년, 하워드 가드너 교수가 출간한 그의 기념비적인 저서 ‘마음의 틀: 다중지능(Frames of Mind: The Multiple Intelligences)’에서 가드너는 일곱 가지 특별한 지능을 제시했다.

음악 지능, 신체 지능, 논리 수학 지능, 공간 지능, 언어 지능, 인간 친화 지능, 자기 성찰 지능이 그것이다. 지능에 대한 이 같은 새로운 개념은 교육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고, 점차 널리 받아들여져 오늘날에는 지적 능력이 획일적이거나 단일한 것이 아니라는 전제를 거의 상식으로 여기게 되었다.

이후 10년이 지나 8번째 자연친화지능이 추가되었고, 9번째로 실존지능을 제시했다. 실존지능은 인간이 가진 저마다의 능력을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에 이롭게 쓸 수 있는 가치추구 차원으로 해석된다. 똑똑한 뇌보다 좋은 뇌를 추구하는 뇌교육의 방향성과 다르지 않다.

인간의 두뇌능력 평가방식 변화는 비단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IQ가 지배하던 관념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온 것이 또 있는데, 1995년 다니엘 골먼의 ‘EQ 감성지능 : 감성지능은 왜 IQ보다 더 중요할까’라는 책이 나오면서이다.

감성지능은 우리 뇌 시스템의 여러 차원을 통합한다. <뇌와 감성지능 : 새로운 통찰>에서 나오듯이 IQ가 주도하는 시스템과 자기 조절력이나 인간관계 기술이 좌지우지하는 시스템은 뇌 안에서 별도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내가 사귀어온 사람들과 비교해서 이 사람은 결혼상대로 어떨까?”라든지 “지금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곳을 알아볼까?”와 같은 질문에 인지적인 능력만으로 대답하기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결국 삶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모두 끌어와야 한다. 이성적으로는 ‘그 사람은 결혼상대로 아닌 것 같아’라고 판단하지만, 다른 모든 조건을 떠나 속마음으로는 ‘나는 그 사람이 좋아. 결혼하고 싶어’라고 느낄 수도 있다.

그때 우리는 자문한다. 어떤 마음의 소리를 들어야 할까? 정답은 바로 양쪽의 소리를 다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명확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감(感)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무의식이 답을 주는 방식이라고 골먼은 강조한다.

골먼은 자신의 책 ‘EQ 감성지능’에서 뇌 연구와 행동 연구를 통해 IQ가 높은 사람들이 왜 성공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며, 반대로 IQ가 낮은 사람이 왜 예상 밖의 성공을 거두는지에 대해 강조한다.

“우리는 이제껏 인생에서 IQ로 측정되는, 순전히 이성의 차원에 대해서만 지능의 가치와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해왔다.” 그가 제기하는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좋든 싫든, 지성은 감성에 의해 잘 통제되지 않으면 말짱 헛수고다.”

눈여겨 봐야할 것은 골먼이 감정조절 능력을 키우는 차원에서 동양의 명상(meditation)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골먼은 명상을 다각도로 연구한 엄청난 양의 연구 결과가 이미 존재하는데, 명상이 우리에게 주는 커다란 혜택은 우리 의식이 인체가 회복 상태에 있을 때 기운을 되찾게 해주는 ‘부교감신경’ 상태로 들어가도록 유도해주기 때문임을 강조한다.

뇌과학이 밝혀낸 인간 지능에 대한 새로운 연구와 다중지능과 감성지능의 출현. 인간의 두뇌능력평가의 이러한 변화는 거꾸로 인간의 뇌가 가진 무한한 잠재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IQ가 만들어 낸 가장 잘못된 편견은 바로 인간 뇌가 가진 무한한 창조성의 발현을 거대한 사회적 관념으로 막아왔다는 점이다. 개개인의 잠재된 두뇌능력을 이끌어내는 시작은 바로 그러한 막을 벗겨내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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