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07년 3월 29일

우리은행이 다음달 2일부터 각종 이용 수수료를 면제하거나 내리기로 했다.

따라서 지난 12일 국민은행이 불을 댕긴 은행권의 수수료 인하 움직임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방은행인 경남은행과 광주은행도 일부 수수료를 내렸다. 신한은행, 농협, 하나은행, 외환은행 등도 곧 뒤따를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의 수수료 인하 조치는 따가운 여론을 의식한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사상 최대 실적을 계속 경신하면서도 고객에게 비용을 지나치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때마다 은행들은 수수료 수입이 원가에 못 미친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러나 지난해 사상 최대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면서, 수익의 일부를 고객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난 1997년 imf이후 수익다각화를 이유로 부과하기 시작한 은행 수수료는 2000년 이래 36%나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서비스 물가상승률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다.

국민·우리·신한 등 5대 은행의 수수료 수익이 2001년 8502억 원에서 2004년 2조4418억 원으로 세 배가량 늘어났다. 2005년에도 2조원이 넘었다. 우수고객에게는 수수료 면제 혜택을 주고 있어 상대적으로 서민들의 부담이 더 컸다.

그런 측면에서 은행권의 수수료 인하는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알맹이가 빠졌다. 비판 여론에 떼밀려 억지로 생색내기에 그쳤다.

은행들의 거래 항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펀드와 방카슈랑스 판매 수수료 인하는 빠져 있기 때문이다.

또 요율이 높은 주택담보대출 중도상환 수수료도 그대로다. 신용카드 수수료도 손대지 않고 있다. 반쪽짜리라는 소릴 듣는 이유다.

더욱이 예대마진(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것)은 더 커지는 추세다. 그런데도 줄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지난해 6월 1.5%포인트 차(예금이자 4.48%, 대출이자 5.98%)였던 예대마진은 올 1월 현재 1.63%포인트 차로 더 벌어졌다.

콜금리가 인상되면 대출이자는 재빠르게 올리면서 예금이자는 찔끔찔끔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주주 배당에만 신경쓸 게 아니라 진정한 대(對)고객 서비스가 무언지 생각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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