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3시간 그 만남을 위해 일주일에 몇 시간씩 컴퓨터 앞에 머물곤 한다. '청주시 1인1책 펴내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수강생들에게 가르칠 글쓰기 소양, 이론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다. 어찌 이뿐이랴. 수강생들이 메일로 보내온 작품들을 일일이 첨삭, 지도하다보면 어느 땐 하루 중 반나절이 훌쩍 지나곤 한다. 덕분에 운동 부족까지 야기되어 비만을 염려하기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이에 개의치 않고 오히려 강사로서 보람과 자긍심마저 느낀다. 더구나 이즈막엔 그동안 수강생들이 창작한 150여 편 가까이 되는 수필을 메일로 한 자 한 자 첨삭, 지도하느라 바쁘다.

그러노라면 나도 모르게 수강생들의 작품 속에 풍덩 빠져 배를 잡고 웃기도 하고 눈가를 손수건으로 훔치기도 한다. 처음 글쓰기에 서툰 수강생들이 글의 첫머리는 어찌 써야 할지, 결미는 어떻게 완결 시켜야 할지, 글의 주제를 어떤 방법으로 드러나게 해야 할지 전혀 몰라 참으로 애를 먹었었다. 하지만 어려운 문학 강좌를 알기 쉽게 풀이하여 마치 초등학생 글쓰기 지도하듯 한 자 한 자 짚어가며 지도 했더니 두 어 달 지나자 수강생들의 글 솜씨가 눈에 띠게 향상되기 시작했다. 글 솜씨에 대한 칭찬도 함께 곁들였더니 그들은 일주일에 1 편씩 쓰던 수필을 3, 4편 씩 써오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들이 직접 글을 쓰면서도 책을 발간한다는 사실이 피부로 와 닿지 않는 눈치였다. 하여 난 요즘엔 그것을 생생히 일깨우기 위해 책 발간 시 꼭 들어가는 저자 인사말 쓰는 것을 지도 하고 있다. 그들의 저자 인사말엔 꼭 빠지지 않는 문구가 있다. 책 발간을 엄두도 못 내던 자신들이었는데 이렇게 책을 발간하게 되어 기쁘다는 말과 함께 이 사업을 마련해 준 청주시, 직지본부, 그리고 지도 선생님한테 감사드린다는 말이 그것이다. 그 내용에서 그들의 애향심과 지도 선생에 대한 고마움을 읽고 가슴이 뿌듯했다.

사실 한권의 책이 발간되기까진 수강생은 물론 강사들도 노고가 매우 크다. 먼저 한 권의 책을 출간하기 위해선 책 속에 수록될 수 십 편의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기 전 한 작품 한 작품 퇴고를 꼼꼼히 해야 한다. 저자 인사말, 책 제목, 부 제목 등을 정해 편집까지 해야 한다. 그러고도 출판사에서 초고가 나오면 다시 고치고 고친 원고가 출판사로 넘겨져 인쇄 돼 나오면 또 그 원고를 고치기를 몇 번 해야 비로소 한 권의 책이 드디어 발간 되는 것이다. 결코 이 일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청주시, 청원군 ' 1인 1책 펴내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수강생들과 이를 지도 하는 강사들은 혼연 일체가 되어 이 사업에 열과 성을 다 하고 있다.

지도하는 수강생 중엔 한 땀 한 땀 옷 수선 일을 하며 틈틈이 글을 쓰는 이가 있다. 그 원고 량이 벌써 수 십여 편에 이를 정도다. 또한 보험 모집 일을 하면서 낮엔 고객들과 만나고 밤엔 원고지의 여백과 만나며 열심히 글을 쓰는 수강생도 있다. 또 있다. 틈틈이 적십자 봉사 활동을 하면서 느낀 소회를 글로 표현하는 이도 있다. 손자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자라온 과정을 적은 글들을 메일로 지도를 받는 할아버지도 있다. 마라톤을 뛰며 적은 감상을 수 십여 편 넘게 쓴 공직자도 있다. 이 공직자의 경우엔 직장을 떠날 수 없는 처지라 순전히 작품 한편 한편을 컴퓨터 메일로만 지도 받고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면서 글쓰기에도 소홀하지 않는 수강생들을 바라볼 때마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컴퓨터 앞에서 하는 수강생들의 작품 지도가 결코 힘들지 않다.

우리 '1인 1책 펴내기'강사들은 문단에 입문한 작가들로서 작가의 남다른 내적 심상과 감성을 밑바탕으로 수강생들에게 질 높은 글쓰기 지도를 하고 있다. 이는 '1인 1책 펴내기 사업'이 우리 청주시만의 문화 사업이기에 그에 대한 자부심에 연유 한 것이기도 하다. 직지 문화 사업 본부에서는 오는 6월, 9월 책 발간을 위해 수강생들 원고를 받고 있다. 하여 '1인1책 펴내기'강사들은 이렇듯 컴퓨터 앞에서 재택근무에 매달리고 주민센타에서는 직접 수강생 지도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흘린 우리의 이 피땀이 훗날 시민들의 이름 석 자가 적힌 저서가 각 가정에 한권씩 자리하는데 훌륭한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혜식 수필가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