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뀔 때 항용 일어나는 일로 낙하산 인사가 있다. 정권이 한번 바뀌면 약 2만개의 자리가 바뀐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의 사실 여부를 확인해 본 일은 없지만, 상당히 많은 자리가 바뀌는 것은 사실이다.

바뀐다는 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야기할 수 있어 바람직한 것도 된다. 그러나, 그것은 올바르게 바뀔 때 긍정적인 예측이 가능하지 그렇지 못하면 퇴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권이 바뀌면서 바뀌는 자리로는 공기업의 사장을 들 수 있는데, 공기업은 저마다 전문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이 수장으로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를테면, 가스라든지 전기 같은 분야의 공기업에 장군 출신의 퇴역 군인이 수장으로 간다든지 하는 예가 지난날 많았다. 그것은 군사 정권 시절이 끝난 후에도 한동안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경우를 일명 낙하산 인사라고 한다. 업체나 단체와 관련이 없는 사람을 외부에서 데려와 수장으로 앉히는 경우이다. 광의적으로 볼 때 수장뿐만이 아니라 하급 자리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낙하산으로 수장이 된 사람이 다시 중간 간부나 하급자들을 낙하산식으로 인사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전문성은 사라지고, 경영의 합리화는 물건너가는 것이다.

이 낙하산 인사는 굳이 정권이 바뀌는 시기에 일어나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대한민국 같이 학연, 지연관계가 심한 곳에서는 정권 바뀌는 시기와 관련이 없이 항상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최근에 모 지방정부에서 새로운 문화재단이 설립되면서 그 수장으로 문화재단의 전문성이 없는 사회단체 인사를 발탁해서 물의를 빚고 있다. 년간 182억원의 예산을 관리하는 예술지원사업과 문화사업의 책임자를 문화예술에 대한 전문성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 사회단체 인물을 영입하므로써, 예술인들의 요구와 이해를 잘 반영해서 운영을 할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문화예술 계통의 원로나 유명인사라든지 전문가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지사가 진보성향이 강한 사회단체 인물을 선임한 것은 진보 계열의 힘으로 도지사에 당선된 그 진보계열의 자치단체장이 진보계열에 보상을 해준 것이라는 말도 돌고 있다.

이러한 낙하산 인사는 진보 성향의 정권이 되면 공기업과 관변 단체의 수장들이 일제히 진보 성향의 인사들이 수장이 되고, 보수 계열의 정권이 들어서면 역시 공기업과 관변 단체 수장이 모두 보수 성향의 수장으로 바뀌는 일과 비슷하다. 물론, 뜻을 같이 하기 위해 성향이 같은 사람을 주변에 포진시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그것이 그 자리에 합당한 전문성을 가진 인물이 아닌, 단순한 보상 의미라면, 수장으로서 부적격자일 수밖에 없다. 부적격자를 양산하는 것은 정권 운영이나, 정부 운영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며, 결국은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오는 불합리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중앙정부이든 지방정부이든 인사 정책에서, 선거 운동에 도움을 준 사람에 대한 보답으로 자리를 준다는 식으로 인사정책을 활용한다면, 이 나라의 발전은 요원하다. 누군가를 지명하고 자리를 줄 수 있는 인사권을 가진 위정자들은 의식 구조부터 쇄신하여, 인사정책의 합리성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정현웅 소설가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