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외신을 통해 눈길을 끄는 사진이 공개됐다. 다름 아닌 세계의 경제대통령이라 불리는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총재가 뉴욕에서 성폭행혐의로 체포돼 뒤로 수갑이 차인 뒤 개 끌려가듯 하는 모습과 뉴욕법원에서 보석여부 심리를 받으려 일반 잡범과 똑같이 초라하게 대기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국제통화기금 총재가 어떤 자리인지 우리와는 지난 1997년의 아픈 인연이 있기에 생략한다. 하루 방값만 3000달러(한화 약 330만원)인 호텔방에서 지내고 자가용비행기로 전세계를 들랑날랑 하는 국제 거물급 인물이 다른 범죄도 아닌 성범죄피의자로 추락한 것을 보고 인간이 하루아침에 저렇게 나락으로 처박힐 수 있구나 하는 것과 과연 무엇이 부족해서 그런 상상밖의 일을 저질렀는지 연민의 정을 느낄 법 하다.


-원칙.합리주의 등 몸에 배


이 보다 먼저 전송된 워싱턴발 외신사진도 한국인의 시각에서는 신선하다 못해 부러울만한 시사점을 던져주었다.빈 라덴 사살 작전을 승인한 오바마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 힐러리 국무장관,그리고 작전지휘관 등이 대통령 집무실서 특공대원들에 의해 생중계되는 작전실황을 지켜보는 장면이었다. 인상적인 것은 의당 제일 상석(上席)에 앉아야 할 대통령은 한켠 구석에 쪼그려있고 그 자리는 군복차림의 장군이 대신 하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불경(不敬)인 일이 미국 핵심권부에서는 자연스러운,그래서 작은 사건이라 불릴 만 한 것이었다. 국내 한 언론은 이 사진설명에서 '이 것이 미국의 힘'이라고 했다. 미국의 합리주의, 그리고 실용주의적 사고가 어떻게 실제 녹아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그래서 이 역시 미국답다 소리가 절로 나오게 한 역사적 사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스트로스칸 총재의 체포를 두고 그의 모국인 프랑스에서는 차기 유력대통령 후보인 그를 제거하기 위한 음모론과 함께 아무리 그래도 여느 잡범과 같은 취급을 하는 게 너무하다는 비난이 제기됐지만 미국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법앞에는 누구나 평등하다는 대원칙 앞에 프랑스 여론을 묵살했다. 당연히 보석이 받아들여 질 것으로 생각한 사람들의 의표를 찌르 듯 판사는 도주우려가 있다며 100만달러 보석을 기각했다.(며칠 뒤 허가했지만) 돈이 많으니 미국을 떠날 것이라는, 그래서 미국법에 의한 엄정한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흔들림없는 기준이 작동했다. 평등과 원칙이 중시되는 지극히 미국다운 결정이었다.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사슬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우리에게는 일종의 교훈이기도 하다.

그런 한편, 통수권자로서 자리를 부하 지휘관에게 내준 오바마의 행동은 아직 일제시대 군국주의와 해방 후 군사정권의 오랜 관습으로구시대적 격식을 추종하는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경직,격식보다 유연성 필요


청와대 행사에 거의 등장하는 명패착용, 비서진이나 국무위원 등 상당수 인사들은 대통령과 구면일텐데도 명패를 달고 일렬로 서서 경직된 모습의 장면이 연일 등장한다. 군부출신 대통령 시절 임명장 수여때의 간격 유지를 통한 인사각도 등을 강제한 적이 있지만 강산이 몇번 변한 지금도 이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실용성과 합리주의적 사고가 돋보이는 오바마의 사진을 우리 대통령 참모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궁금해진다.세계 10위권의 경제력에도 경직의 구식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고와 판단의 제한을 안타깝다.참모들이 변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변화시키면 되는 데 그 누구도 개혁의 물결을 선도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권위에 흠집이 나서인지, 아니면 찍힐게 무서워인지 모르지만 말이다.이러한 청와대발 풍경은 지자체의 여타 행사에서도 착실하게(?) 따라하고 있다.

권위와 권위주의는 분명 구분해야 한다. 권위는 스스로 세우기 보다 자발적 존중과 상대의 인정에서 출발한다. 당연히 보호받고 그에 합당한 예우를 동반한다. 그러나 권위주의는 버려야할 폐습이다. 엊그제 2주기를 맞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적에서 그래도 잘했다고 보는 것은 경박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바로 이 권위주의의 탈피 노력이라고생각한다.언행의 유연성에서 나오는거부할 수 없는 권위나 위엄. 그것을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정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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