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짜 학위 파문을 일으킨 신정아씨의 '부적절한 권력 로비' 의혹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신씨가 기획한 전시회에 후원한 기업들도 이런저런 의혹의 눈초리를 피할 수없는 처지에 몰리면서 곤혹스런 표정이다.

대우건설은 박세흠 사장(현 대한주택공사 사장) 재직 시절인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간 성곡미술관에 모두 2억9천만원의 후원금을 지원한 것으로 밝혀져 이 과정에서 신씨와 '가까운 사이'로 드러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외압이 작용한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박 사장은 변 전 실장의 부산고 동기이면서 평소 친분이 두터운 사이였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2004년 '세계 어린이 비엔날레', '풍경 look&see' 등 3개 전시회에 1억원, 2005년 '미술관개관 10주년 'cool&warm' 등 4개 전시회에 1억원, 2006년 '존버님행 40주년 기념전' 등 3개 전시회에 9천만원을 각각 입장료와 팸플릿 광고 형식으로 지원했다.

대우건설은 공식적으로 "워크아웃을 졸업한 2003년 이후 연간 18억-20억원 정도를 메세나 활동에 쓰고 있다"며 "오페라 등 대규모 행사는 건당 3억원을 넘기도 해 성곡에 지원한 금액이 다른 행사에 비해 특별히 많은 수준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회사의 다른 임직원은 "같은 미술관에 매년 1억원씩 꾸준히 지원하는 일은 실무자급에서 품의를 올려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말해 이와는다른 의문의 여지를 남기고 있기도 하다.

특히 성곡미술관 지원 시점인 2004년부터 2006년까지는 박 사장의 대우건설 재직 시기와 일치하고, 그가 퇴임한 올해부터는 성곡미술관에 대한 지원이 끊겨 박 사장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7월 '존 버닝햄 40주년 기념전'과 같은 해 11월 '알랭 플레셔전' 등 두차례 후원했다.

존 버닝햄 40주년 기념전 때는 티켓구매 1천만원, 티켓 광고에 따른 1천만원 등모두 2천만원을 지원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존 버닝행 40주년 기념전은 문화 마케팅의 일환으로 진행한 것이며, 알랭 플레셔전은 한.불 수교 120주년을 맞아 주한 프랑스대사관측이 협찬을요청한 것을 검토 끝에 후원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알렝 플레셔전에 1억원을 후원했다. 회사 관계자는 "한.불 수교 120주년인 작년 주한 프랑스대사관이 각종 기념행사 협찬 요청을 해왔고, 마침 성곡미술관측이 '한.불 수교를 기념한 사진전을 개최한다'고 제안서를 보내와 후원키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융계에서도 지원이 잇따랐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집행한 63건, 18억원의 문화.

예술행사 후원 가운데 미술분야에서는 신정아씨가 일했던 성곡미술관에만 3건, 5천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7월 '존 버닝햄-나의 그림책 이야기'에 2천만원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2006년 9월에는 '김세중 조각상 20주년 기념전'에 1천만원, 11월에는 '알렝 플레셔 초대전'에 2천만원 등 총 5천만원을 성곡미술관에 지원했다.

산은은 올해 3월에도 성곡미술관의 윌리엄 웨그만 사진전에 2천만원을 후원하는등 2년간 7천만원을 지원했다.

산은의 문화예술행사 후원은 성곡미술관 전시를 제외하고는 '조수미 송년 콘서트'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등 음악 및 공연 관련 행사에 집중됐다.

산은 관계자는 성곡미술관 후원배경에 대해 "재정이 어려운 미술관을 중점 지원하기로 하다보니 다른 재벌계 미술관과 달리 성곡이 재정이 어렵다고 해 지원한 것일뿐"이라며 "전체 문화예술 지원금 중 성곡에 지원한 금액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산은은 변 전 실장과 부산고 동기인 김창록 산은 총재가 변 전 실장의 부탁을 받아 후원한 것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1천만-2천만원 정도의 후원은 따로 총재에게 보고하지 않고 홍보실 차원에서 처리한다"며 "총재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성곡의 알렝 플래셔 초대전에 1천만원을 지원한 하나은행 역시 김종열 행장이 변 전 실장과 부산고 동문이라는 점에서 의혹을 받고 있으나 하나측은 "메세나 차원일뿐으로, 성곡 외에 다른 미술관에도 후원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또 은행의 미술품 구매 자문위원으로 신씨를 위촉하고 월 100만원의자문료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올해 3월 신씨와 계약을 맺었다.

하나은행은 그러나 신씨의 학력 위조 사건이 불거진 이후로는 자문료 지급을 중단해 3개월간의 자문료만 지급된 상태라고 밝혔다.

하나은행의 미술품 구매 자문위원단에는 신씨 외에 하나은행 출신인 김순응 k옥션 대표이사 등 10여명이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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