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충북문화재단 사태를 보면서 충북은 진보만 있고 보수는 없는가 하는 질문을 갖는다. 강태재 전 대표의 사퇴를 두고 진보 단체인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충북시민단체연대회의 등은 잇따라 언론과 한나라당, 충북도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지만 보수 단체는 처음부터 무반응이었다.

충북문화재단 사태의 발단은 강씨의 허위 학력과 충북도가 문화재단 이사를 선임하면서 '이사진 검토 의견'이라는 문건을 작성한 것 등의 때문이었다. 충북도는 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진보단체 대표인 강씨를 선임하고 이사진 구성에서도 진보적 인사가 다수 참여했는데 보수 단체에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강씨의 허위학력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에도 보수를 자칭하는 단체에서 이에대한 말 한마디 없었으며 대표적 보수 예술단체라 할 수 있는 충북예총, 청주문화원에서 조차 무반응이었다.

충북을 양반의 도시라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젊잖은 보수의 도시라는 말일 것이다. 가능하면 앞에 나서지 않고 남에게 공격하는 일을 삼가한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집권하면서 진보 인사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국회의원 상당수와 도지사, 청주시장 등이 모두 야당인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어느새 충북이 보수 도시에서 진보 도시로 바뀐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돌아보면 이시종 충북지사, 한범덕 청주시장, 홍재형, 오제세, 변재일 의원 등을 진정한 진보라 할 수 있을까. 또 도민들의 기질이 보수에서 진보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을까?. 유권자들은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행태가 보기 싫어 야당에 표를 몰아줬다. 여당이 싫어 야당에 표를 준 것이지 마음까지 보수에서 진보로 바뀐것은 아니였을 것이다. 물론 한나라당이 싫어서 아주 진보 성향으로 심성까지 바뀐 사람도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보고 싶다.

충북문화재단의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보수 인사들은 언론에 전화를 걸어 갖가지 제보도 서슴치 않았다. 결정적인 제보도 있었다. 그런데 왜 전면에 나타나는 것을 꺼리는 것일까. 이는 보수층의 기질과도 연관이 있다고 보여진다.

이번 사태에서 어찌보면 조용한 보수가 요란했던 진보보다 위력을 발휘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강씨가 사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수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침묵이 금인 시대는 지났다. 일부 예술단체에서 강씨의 허위 학력에 대해 논의도 하고 성명서 발표에 대한 의견도 개진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실천 하지는 않았다.

이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는 정신이 필요하다. 대표이사가 허위 학력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으면 앞장서서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라도 냈어야 맞다.

만약 반대로 보수적 인사가 문화재단 대표로 선임이 됐는데 허위 학력이 드러났다면 진보 단체들이 가만히 있었겠는가. 아마 사퇴할 때까지 성명을 발표하고 심지어 도청 앞에서 시위까지 벌였을지도 모른다. 집단 행동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데 그것이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충북도가 문화재단의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하기로 했다. 시기적으로 촉박하여 7월1일 출범은 어렵다 하더라도 올해 안에 재단 출범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대표에 중립적인 인사가 아니고 또다시 진보단체 대표가 선임되거나 문제성이 있는 인사가 추천되면 보수단체는 반드시 입장을 표명하기를 바란다. 충북에 진보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무주 논설실장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