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등록금 반값이라…. 귀가 번쩍 띄었다.둘째 아이가 아직 사립대에 다니고 있는 학부모의 한사람으로서 절반을 대준다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큰 아이도 사립대를 졸업한 관계로 사실 적지않은 부담을 겪은 바 있어 이번 한나라당 발(發) 반값등록금 이슈는 당사자인 학생들은 물론,학부모들로 부터 지대한 관심과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그런데 며칠 사이의 흐름이 요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민주당의 무상급식을 '나라 말아먹을 일'이라며 맹비난을 퍼붓던 한나라가 새로 원내대표가 된 사람이 마치 금방 시행할 것 처럼 이 문제를 들고나온 뒤 당내에서 조차 "모럴해저드 또는 무상급식과 같다"는 비난 속우왕좌왕과 민주당의 한발 더 나간 정책 제안이 당내의 역풍을 맞는 등 혼돈을 자초하고 있다.그 사이 학생들은 반값등록금을 시행하라며 들불처럼 촛불 시위를 벌이며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진짜 정치권 왜 이리 아마츄어 처럼 하는지 모르겠다.자승자박 형국이다.


-이대로는 대학생들의 무덤


국민의 세금으로 학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은 얼핏 손쉽고 체감이 빠른 정책일지 모르지만그 보다 먼저 정리가 필요한 것은 대학들의 적극적 인하에 대한 동참이다.숱하게 보도된 등록금의 적립과 비효율적 집행, 그리고 툭하면 다른 직종에 비해 고임금인 교수나 교직원 등 구성원들이 임금을 더 올려달라는 요구의 파행과 갈등을 자체적으로 해소하고 적극적 방법을 모색하는 자구 노력이 우선되야 한다는 것이다.

다 그런 것은 절대 아니지만 대학에서 한번쯤 강의를 해본 사람이면 우리 대학 현실이 어떤지 말 안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학문의 전당, 미래 가지의 창조 등은 이상향이고 학생들을 단지 등록금을 내는 대상으로 보고 유치에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나 대충해도 학점은 주겠지 하는 학생들의 인식 등이 맞물려 졸업장 장사를 하는 대학으로 위상이 추락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심지어 일부 대학에서는'학점을 후하게 줘서 학생들이 빠져나가는 일이 없도록' 교수들에게 특별 당부(?)를 하는 일도 벌어지는 등 대학 본질의 추구는 공허하. 소위 살아남기의 몸부림이 캠퍼스를 황폐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이야 여럿 있겠지만 우선 대학이 너무많은 데서 비롯되는 적자생존의 원칙이 먹히지 않는 다는 점이 있다. 시장경제로 보면 도태되야할 곳이 적지 않은데도 갖가지 편법의 그늘아래 질 저하에 선두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 여러군데다.육영사업이라는 명분아래 학교를 세우면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장사속 재단을 정부가 이리저리 지원해주는 동안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곪아버린게 오늘날 대학의 실체이다.


-적자생존 원칙 이 지켜져야


등록금 연 1000만원 시대라고 하지만 총인구 14명중 한명꼴인 330만명이 넘는 인구가 대학생이며 진학률이 80%가 넘는 이 기현상을 강제성을 띈 어떤 특단의 대책이 나오기까전에 근본적 치료가 되기는 난망이다.대학자율성 확대와 대학간 자유경쟁 유도를 내세워 임기동안 40개의 4년제 대학을 설립해 준 김영삼 정부 판단이 오류의 단초를 제공한 셈이다.현재 4년제만 해도 200개가 넘는 상황에서 앞으로 7년뒤에 2년제 포함 대학정원이 고졸자 보다 많아지고 2023년이 되면 4년제 대학 44만 보다도 고졸자가 적어 수급 불균형이 심화된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되면 지금 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들이 도출될 것인데 이를 대비하고자 하는 모습들은 잘 볼 수 가 없다. 어떻게 살아남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더 커서인지 모르지만 간단히 치료되는 염증을 키워 암으로 만들려는 판단 착오가총체적 난국을 불러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 것일까. 학자금 대출 완화나 장학금 기준 완화, 그리고 대학재정 지원 차등화 등의 정부대책안도 좋지만 무엇 보다 과감한 살 도려내기가 필요하다. 중국 유학생 등의 유치로 돈을 벌고 먹고 살려는 부실한 일부 대학들을순차적으로 퇴출시키는 것도 한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이것 저것 다 봐주다간 대한민국은 대학생 천국이 아닌 대학생들의 '무덤'으로 뒤덮힐 것이다. 이마당에서 구한말 사각모에 망토를 걸친 지성의 상징 대학생을 연상하는 것이 망상일 것 같다는 허탈이 남는다.




/이정 편집국장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