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酉時)는 하루 중 오후 17:30∼19:30 사이이며, 유월(酉月)은 1년 중 음력 8월, 양력 9월에 해당한다.

유월(酉月)은 모든 과일과 곡식들이 익어가는 가을의 절정기이다. 봄부터 열심히 뿌리고 가꾼 노력들에 대한 결실이 신월(申月)부터 서서히 나오기 시작해서 유월(酉月)에는 본격적으로 거둬들이기 시작하는 때이다. 이렇게 모든 곡식과 과일들을 추수하여 본격적으로 거둬들이는 결실의 시기에 닭을 배치하였다.

유시(酉時)는 17:30∼19:30 사이로 보통 직장이나 일터에서는 하루의 일을 마무리 하는 시기이다. 아침부터 바삐 움직인 노력에 대하여 최종적인 결실이 나오는 시기이다. 유시는 해가 질 무렵이다. 이렇게 해가 질 무렵이면서 하루의 결실을 보는 시기에 닭을 배치시켰다. 닭하고 해질 무렵이나, 결과물, 결실 등이 어떠한 연관성이 있을까?

농경사회의 민가에서 해질 무렵이 되면 떠오르는 장면 중 하나가 닭이다. 하루 종일 모이를 찾아 여기저기 헤치고 다니다가 저녁 무렵이 되면 닭장으로 찾아드는 모습들과 아직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흩어져 있는 닭을 찾아다니는 모습들은 전통적인 동양의 농가에서 해질 무렵에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닭은 민가에서 키우는 가장 보편적인 동물이며 재산이다. 집에 사위 등 귀한 손님이 오면 잡아주기도 하고, 가을 추수 등 힘든 일을 많이 할 때 한약재를 같이 넣고 푹 고아서 보신용으로 잡아먹기도 한다.

또한 닭은 고기 뿐 아니라 계란도 제공해 준다. 닭은 하루에 하나씩 계란을 낳는다.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일반 민가에서 계란은 아주 중요한 영양식이었을 것이다.

즉 닭은 때에 따라 고기를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하루에 하나씩 알을 낳아 줌으로써 농가의 생활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해 왔다. 농가에서는 이렇게 매일 매일 알을 낳아주는 닭을 통해 비록 작기는 하지만, 매일 매일 결실의 기쁨을 누렸을 것이다.

결실의 계절인 유월과 결실의 시기이며 해질 무렵인 유시에 닭을 배치시켜 놓고, 이렇게 매일 매일 알을 낳아오는 닭처럼 확실하고 알토란같은 결실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술시(戌時)는 하루 중 오후인 19:30∼21:30 사이이며, 술월(戌月)은 1년 중 음력 9월, 양력 10월에 해당한다.

계절적으로 볼 때 술월(戌月)은 모든 추수를 마무리하는 시기이다. 봄부터 씨앗을 뿌리고 가꾸었던 모든 노력에 대하여 유월(酉月)에 이어 최종적으로 마무리하여 구체적인 결과물들이 생기는 시기이다. 이러한 시기인 술월(戌月)에 충직한 동물로 알려진 개를 배치시켰다.

술시(戌時)는 19:30∼21:30 사이로 해가 막 지고 어두워 질 때이다.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지면 시각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청각에 의존하게 된다. 들일을 마무리하고 바쁜 걸음으로 동네 어귀에 들어서면, 어둠이 깔린 마을 여기저기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오는 장면들은 우리에게 정겹게 다가오는 농촌의 풍경일 것이다.

'戌(술)' 이라는 글자는 지킨다는 뜻의 '戍(수)'라는 글자와 아주 유사하다. 또한 창고 같은 경우에 낮에는 사람이 주로 활동을 하며 지키고 있지만 밤에는 개가 지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즉 개는 주인에게 충직하며 주인의 재산도 충실히 지켜주는 존재인 것이다.

추수를 마무리해 결실을 거두는 술월(戌月)과 해질 무렵인 술시(戌時)에 개를 배치해 놓고, 힘겹게 노력하여 거둔 결실들이 주인에게 사심 없이 충성을 다 바치는 개가 지키는 것처럼 안전하게 지켜지기를 희망하지는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소재학 미래예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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