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농경사회에서는 부모가 자식에게 최대한 투자해 성장시키고, 부모는 자식의 덕에 노후를 보장받는다. 그런데 서구의 산업사회는 가족단위 생산에서 개인단위 생산으로 틀을 바뀌고, 사회구조가 개인 중심으로 바뀐다.

아직 우리 사회는 부모가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꿈을 자식에게 투사시켜 이루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정작 자신의 노후준비는 등한시 하고 있다. 이런 과도기적 사회에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 노인학대이다. 즉 사회적으로 암묵적 등식은 자식의 출세가 가장 바람직한 노후준비의 한 방법이었다. 그런데 그 자식은 자신의 자녀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자 부모부양에 그다지 힘을 쏟지 않게 된 것이다. 이것을 사적부양의 한계라고 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정부로서는 노인의 신체적 부양을 보장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2008년 7월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시행하게 되었다.

이 법은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사유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등에게 제공하는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 지원 등의 장기요양급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해 노후의 건강증진 및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


-가족간의 단절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주요 방법은 노인이 정든 지역사회나 자신의 집에서 생활을 최우선으로 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가능하면 최대한 노인 자신의 가정에 근거를 두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이 제도의 가장 큰 약점으로 염려되고 있었던 것이 가족구성원들이 보험료 납부를 이유로 제도에 모든 것을 미루어버리는 가족간의 단절이었다. 그래서 이 제도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방문요양에 가족요양을 인정한 것이다. 즉 노인에게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있어서 요양이 필요하다고 건강보험공단에서 인정(1등급에서 3등급까지)하면 요양보호사가 방문해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을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한 가족이 대신하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는 전체 방문요양의 약 50%정도를 가족이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가족간에 방문요양서비스가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서비스의 질은 고사하고, 제공여부조차 파악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가족요양의 제도개혁을 시도하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외부에서 가족요양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지 알 수가 없고, 가족이라고 하는 근친자의 서비스에 비용을 지불한다고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 등이다. 그래서 당장 가족요양의 급여를 3분의 2로 줄이고, 2013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대개혁에서는 가족요양을 없애려고 하고 있다. 이에 가족들은 매우 큰 반발을 보이고 있다. 왜냐하면 가족간의 유대약화, 가족요양으로 매월 40만원 정도의 수입 발생, 직장에 다니는 가족도 가능, 가족간이기 때문에 큰 불평이나 부담도 적었다는 등의 이유이다.

이러한 논의의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가족부양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폐지에 동의하지만 그래도 현실적으로 가족부양이 꼭 필요한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의 가족요양은 제도자체를 폐기하기 보다는 선별하기에 어려움이 있고, 비용과 인력이 많이 들고, 미꾸라지처럼 제도를 이용하여 부적절한 이득을 챙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효과성과 필요성, 그리고 가족의 측면에서 제도를 유지하는 방법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큰 모양에서 보면 우리 사회는 과도기에 있는 것이 틀림없다. 한쪽의 입장과 일반의 편의만으로 제도나 정책이 결정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비용과 인력이 다소 소요되고, 번거롭더라도 단 한명의 소중한 수급자 또는 대상자도 제외됨이 없이 제도가 발전되어 나가야 할 것이다.



/조추용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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