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김종벽ㆍ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본부장

다시, 축제의 계절이 왔다. 제주도 섬마을에서부터 최북단 산골마을에 이르기까지 드높은 가을하늘 아래 각양각색의 축제가 펼쳐질 것이다.축제는 전통적인 의미에서 볼 때 종교적인 의식행위로 진행되었다. 축제를 흔히 축(祝)과 제(祭)가 포괄적으로 표현되는 문화현상으로 정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대 사회를 비롯한 전통적 사회에서의 축제에서는 성스러운 종교적 제의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구려 동맹, 부여 영고, 예의 무천은 하늘을 숭배하고 제사를 지내는 종교의식이자 추수감사제였으며, 페루의 태양제는 잉카제국 시대부터 내려오는 태양신을 위한 제전이었다.

유럽의 축제들은 대부분 'festival'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이 또한 성일(聖日)을 뜻하고 있다. 유럽 축제의 기원을 사육제와 사순절에 펼쳐지는 카니발에서 찾는 사람들은 금욕기에 들어가기 전에 먹고 마시며 즐기는 향연이라고 설명한다. 대표적으로 베니스 카니발, 브라질의 리오 카니발, 독일의 쾰른 카니발, 영국의 노팅힐 카니발 등이 있다.페스티발과 카니발은 세월이 흐르면서 오늘날에는 지역주민들의 삶을 반영하는 축제,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대표하는 행위,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거나 주민들간 화합과 번영을 약속하는 매개체로 진행되고 있다.우리 고장에서도 세계 공예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마련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10월 2일부터 27일간 펼쳐진다.

공예비엔날레가 처음 열린 1999년에는 지역의 뜨거운 감자였다. 도대체 비엔날레가 무엇이냐, 왜 청주에서 공예비엔날레를 하느냐, 공예와 청주가 무슨 연관이 있느냐 등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과 문제제기를 해왔다.그렇다. 어쩌면 청주와 공예는 어울리지 않는 궁합일 수 있다. 청주에서 공예비엔날레를 개최하는 것이 소모적이고 행정력과 예산의 낭비일수 있다. 그렇지만 문화는 과거의 것을 계승 발전시키는 고전적인 의미와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적극적인 의미를 안고 있다. 그리고 이 두가지가 함께 공존하고 상생할 때 문화의 저력, 문화브랜드가 생기는 것이다.

공예비엔날레는 이 두가지의 문화적 의미를 함께 내포하고 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가 탄생하기까지는 금속활자장 배첩장 한지장 모필장 등 수많은 장인들의 땀과 열정과 하이터치적인 기예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공예비엔날레는 이러한 우리 선조들의 전통적 가치를 계승하고 있다. 그리고 공예비엔날레라는 그릇을 통해 새로운 문화와 문명을 창조하고 있다. 도자 목칠 금속 섬유 등 공예의 모든 장르를 한곳에서 전시하고 즐길수 있는 비엔날레는 세계적으로 청주시가 가장 크고 가장 훌륭하게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2007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사전 행사들이 이미 세계 곳곳에서 전개 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세계 평화의 상징인 뉴욕 un본에서 '직지홍보특별전'을 개최해 15만명의 세계 각국의 주요 인사들이 관람했다. 또 8월에는 하와이 호노룰루 미술관에서 한국과 미국의 섬유작가 50여명이 한국의 전통문화인 '보자기'를 테마로 전시해 10만여명이 관람했다.이밖에 캐나다, 일본,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순회홍보 활동을 전개하는 등 공예비엔날레와 청주, 그리고 직지의 가치를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 숨가쁘게 달려왔다.2007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지난 4회에 걸친 행사의 축적된 노하우와 작가들의 열정이 모아져 하나의 거대한 매트릭스로 탄생할 것이다.

50여개국에서 2천여명의 작가가 참여해 본전시 특별전시 공모전시 페어 등 10개의 전시관을 수준 높은 작품으로 가득 메울 것이며, 전국의 축제중 처음으로 현장체험학습의 날을 운영하는 등 살아있는 축제, 세계 최고의 비엔날레로 전개될 것이다. 그리하여, 공예를 통해 세계인이 하나가 되고, 지역주민이 자긍심과 문화지수를 높이며, 청주의 위상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공예는 전통과 현대, 미래를 연결하는 창조산업이자 21세기형 불루오션 산업이다. 지역을 특화하고 차별화 하며 경쟁력 높은 문화도시로 가는 지름길이다. 공예비엔날레의 성공을 위해, 살맛나는 행복한 청주를 위해 지역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아낌없는 성원을 당부 드린다.

김종벽ㆍ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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