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동네는 음성군 맹동면에 있는 전국적 사회복지 시설이다. '얻어 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축복'이라는 신념으로 오웅진 신부가 걸인들의 아버지인 고 최귀동 할아버지와 함께 세운 딱한 사람들의 안식처다.
사회발전에 따라 복지 수요가 늘고, 그에 따라 갈 곳 없고 챙결줄 사람 없는 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꽃동네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도 남다르다. 음성군 역시 지원과 관심을 펴고 있다.
이런 인연 때문인지 음성군이 꽃동네와 함께 걸인들을 모티로 서민들의 애환과 삶, 그들 생활 속에 녹아있는 풍자와 해학을 소재로 매년 열고 있는 '품바축제'는 전국 행사가 된지 오래다.
-허리 휘는 '꽃동네'예산 지원
이런 음성군이 더 이상 꽃동네에 대한 예산 지원이 힘들다고 정부에 호소할 예정인 것이다. 기초자치단체의 재정 상황으로 지금같은 예산 지원은 힘든만큼 정부 지원 폭을 넓혀달라는 건의를 할 계획이다. 날짜는 오는 19일로 잡았다. 사전 음성군의회에 보고하면서 표면화됐다.
물론 지금까지 이런 논쟁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일부 소수의 목소리에 그쳤고, 사회 복지가 대세인 요즘 시대 분위기 때문에 제대로 표출되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곪은 상처가 터져버리듯 군의회라는 공식 자리에서 공론화 되는 상황까지 왔다.
이미 지난 4월에는 꽃동네 측에서 2012년도 정부 예산에 배정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한 지적장애인 생활시설 신축비 예산 계상 신청을 거부까지 했다. 꽃동네의 지원 요청을 음성군이 받아들이지 않기는 처음이다.음성군이 이렇게 꽃동네 지원에 난색을 펴는 이유는 딱 한 가지, 돈 때문이다. 지적장애인 생활시설 문제도 건물을 짓도록 정부 예산을 타주는 건 어렵지 않지만 대신 군이 부담해야할 연간 3억 원의 운영비가 만만치않다는 게 주이유다.
여기에 곁들여 꽃동네 입소자 중 순수 음성 군민은 7.4%에 그칠 뿐 나머지는 모두 다른 자치단체 소속인데 음성군 혼자 시설이 입지해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그 많은 예산 부담을 끌어안기 벅차다는 것이다.
- 정부·다른 자치단체 분담 절실
음성군은 이를 수치로 뒷받침하고 있다. 올 예산(1회 추경 기준)중 728억 원이 복지 예산인데 이 복지 예산의 30%가 꽃동네 한 곳으로 몰린다는 것이다. 그 규모가 219억 원이다.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기초자치단체에 무거운 짐이 될 뿐 아니라 그만큼 일반 주민에 돌아갈 복지서비스의 질 하락을 가져오며 형평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방법의 전환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전액 지원이 힘들다면 입소자의 외지인 분포 비율(92.6%)만큼 만이라도 부담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또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킬까봐 걱정하고 있다. 꽃동네 측의 반발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인데 음성군은 이를 의식해 "단지 예산 부담을 덜어보려는거지 지원 자체를 외면하려는 게 아니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실무책임자가 직접 꽃동네를 찾아 이 같은 입장을 전하고 이해를 당부했다. 이에 대해 꽃동네 측은 이해를 한다면서도 아쉬움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볼 때 꼭 음성군의 건의대로 되지않더라도 정부와의 예산 부담 조정은 필요하다. 정이나 정부가 곤란하다면 입소자들의 출신 자치단체가 공동으로 분담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는 제도적·기술적 문제가 뒤따르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모든 걸 생각해 볼 수 있다.
/박광호·중부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