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8일 청주시 한 주택에서 71세의 노인이 방안에 연탄불을 피워놓고 이 세상의 삶을 마감하였다. 이 노인과 평생을 같이 해 온 할머니가 1년 전에 돌아가시고, 자식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충당하던 생활비도 최근에 중단되었고, 게다가 자식이 3명이나 있었는데, 지난 5월 8일 어버이날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서 몹시 우울하게 지내다가 목숨을 끊은 것이다.

또한 옥천에 살고 있던 68세의 할머니는 대전의 어느 병원에서 뇌졸중 진단을 받고, 6개월째 투병생활을 하다가 우울증세를 보이다가 7층 병원에서 투신하여 유명을 달리하였다.

우리나라 노인은 연간 약 4천명정도가 자살로서 생을 마감한다고 한다. 즉 하루에 10명 이상의 노인이 자살한다는 것인데, 한림대 김동현 교수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2009년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65세 이상 노인 자살자 수는 77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0년 전인 1990년의 14.3명에 비해 5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다. 국내 자살자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인구 10만 명당 20대 이상이 약 17명인 데 반해, 60대 이상은 약 54명으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특히 노인 자살률은 젊은 층 자살률의 3배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나 고령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노년층 자살은 젊은층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젊은층은 주로 술을 마시거나 약물을 투여하고 인사불성이 된 상태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반면, 노년층은 맑은 정신에서 자살을 시도한다. 충동적 행동이 아니라 오랜 고민과 갈등 끝에 결정된 것이라는 의미다. 대개 자살을 결심하는 데는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 하나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도 도저히 회복이나 개선의 여지가 없을 때, 다른 한 경우는 이성적인 판단이 순간적으로 마비된 경우로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 불행한 선택을 하는 경우이다. 전자는 다분히 노인의 자살을 말하고, 후자는 젊은층의 자살을 의미한다. 그래서 노인자살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청소년들의 자살행위가 실연, 좌절 등의 충동적인 단일요인에 의하여 발생하는 반면, 노인의 자살은 경제, 건강, 소외 등 여러 요인들의 복합적인 과정을 통해 발생한다.

둘째로, 생활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남성노인이 여성노인보다 자살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

셋째, 경제문제와 우울증상이 결합되면 자살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다. 특히 경제문제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어서 노인을 또 다른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

넷째, 연령이 높아질수록 노인 자살률이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노인 자살률 증가의 원인을 경제적인 어려움과 사회적 고립감에서 찾고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노인자살은 우울증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노인 자살 시도자의 2/3는 우울증 환자이고, 자살의 성공률 또한 젊은 사람들 보다 높기 때문에 평소와 달리 기운이 없어 보이거나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다고 호소하면 우울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 우울증 환자가 2004년 8만 9000명에서 2009년 14만 8000명으로 최근 5년간 1.7배 늘었다.

노인성 우울증은 치매처럼 보이기도 하며, 여기저기 몸이 아프다는 호소가 많아 우울증인지 다른 질환인지 구분하기 힘든 것이 특징이다. 2010년에 청주시가 노인 2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우울정도 측정'에서도 우울증상을 보인 노인들이 전체 응답자의 44.1%에 달해 2009년 31.6%에 비해 우울증상 노인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우울증이 겉으로 드러나기 보다는 복통, 두통 등 신체 통증을 만성적으로 호소하는 방식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식욕부진과 체중감소, 수면장애, 만성 피로 등을 동반하며 구토, 위장 불쾌감 명치의 통증 등의 소화기 장애를 호소하기도 한다. 평소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었다면 우울증 발생가능성은 더 높다. 우울증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것과 정비례하기 때문이다. 건강 악화는 새로운 우울증상을 유발시키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노인 우울증은 젊은 사람과 다르게 본인의 치료 거부, 가족들의 무관심 등으로 인해 제때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조차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자각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가족이나 친구 등 주위의 사람들도 '기운이 없는 것은 나이 탓이다'며 방치되는 일이 많다. 노인은 '우울하다, 기분이 가라앉는다'는 등 자기 감정을 직접적으로 호소하는 일도 적다.

경기도는 노인자살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도내 31개 시?군?구와 노인복지관과 경기도노인종합상담센터가 중심이 되어 노인자살예방센터 42곳을 마련하고 예방활동을 펼치고 있고, 2011년에는 노인자살과 관련하여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노인일자리사업의 일환으로 '노인생명돌보미' 전문상담원을 모집하여 교육을 시킨 후에 배치하였다. 이들은 자살, 우울증과 관련된 각종 검사 등의 전문교육을 받고, 적극적으로 예방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청원노인행복네트워크는 청원군정신보건센터와 대한노인회 청원군지회와 함께 경로당에서 노인우울예방프로그램인 '내 마음 속 행복찾기'를 실시하고 있고, 청원군보건소가 운영하는 노인 우울증 예방 정신건강증진교실은 지역주민들에게 노인 우울증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스스로 예방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정신건강교육, 음악요법, 웃음치료, 우울증 선별 검사 등으로 진행된다.

영동군은 우울감과 자살충동으로 고통받는 노인들이 정서적 안정을 찾고 정상적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음악치료 기법을 활용, 각 마을에서 매일 아침 또는 저녁시간을 이용해 편안한 클래식 음악을 마을회관 방송시설을 활용해 반복적으로 들려주고 있다.

노인의 우울증과 자살을 예방하기 위하여 행정관청의 노력, 사회적 협력과 관심 등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우리나라 정서상 가장 중요하고,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것은 가족의 끊임없는 관심과 관계의 형성이지 않을까?




/조추용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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