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의 도덕성에 '빨간 불'이 커졌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정윤재 전 의전비서관 등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이 잇따라 비리 연루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노 대통령이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할 말이 없게 됐다" "부적절한 행위" "무척 당황스럽고 힘들다"고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보기 안쓰럽다.

그런 중에 청와대가 이규용 환경자원부 장관 내정자의 3차례 위장 전입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사실이 드러났다. 청와대의 도덕 불감증이 도를 넘었다는 느낌이다. 누구보다 도덕성을 강조해 온 참여정부가 아닌가. 헌데, 주변을 돌아보아야 할 노 대통령과 청와대는 야당 대선 후보 공격에는 여전히 날을 세우고 있으니 딱한 일이다.

변 전 정책실장과 정 전 비서관의 비리 연루 의혹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사실로 굳어져 가고 있다. 그런 상황인데도 청와대가 이 장관 내정자의 위장 전입 사실을 묵인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를 겨냥해 "위장전입 한 건만 있어도 (현 정부에선) 도저히 장관이 안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과 청와대의 이 후보 공격은 쉴 틈이 없다. 노 대통령은 이 후보가 "서울 한가운데서 재개발·재건축을 하고 용적률을 조금 높여 주면 신도시 몇 개 만드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는 것과 관련해 "이 무슨 망발이냐"고 비판했다. 청와대도 "'경제대통령' 구호 아래 70년대식 고도성장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후보도 있다"며 '위험한 발상'이라고 가세했다. 자중하는 게 옳지 싶다.

산을 오를 때보다 내려갈 때가 더 어렵다고 한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재임 중 자식이나 측근들이 각종 비리 의혹에 연루되면서 임기 말 끝이 좋지 않았다. 또 다시 그런 상황이 되풀이 된다면 우리 정치사에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참여정부는 이제 앞을 보고 전진할 게 아니라 주변을 챙기고 마무리에 힘쓰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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