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잘못되어 가고 있음에 틀림없다. oecd 회원국 중에서 자살률이 1위이고, 특히 심각한 것은 10대부터 30대까지 사망원인의 1위가 자살이라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카이스트에서 5명이 목숨을 끊었고, 아나운서, 가수, 축구선수 등 유명인들의 자살도 끊이지 않고, 심지어 전직 대법원장, 전직 대통령도 자살하였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지난 7월 3일 북한강에서 남녀 5명이 동반자살을 시도해 4명이 사망하였지만, 이런 뉴스는 이제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지 않을 지경이다.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정상이 아니며, 대부분 정신적 문제 때문으로 본다. 따라서 자살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 자살 이유로 밝혀진 내용을 보면, 대부분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목숨을 끊을 만하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자살로 이끄는 가장 큰 원인으로 과도한 스트레스를 꼽는다. 스트레스가 많은, 긴장된 사회는 건강하고행복한 사회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별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심지어 낯모르는 사람끼리 만나서 동반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정신적인 문제가 심각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답이 있겠지만,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특징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도 해답을 찾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중 하나는 바로 교육열이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에서 여러 번 언급하였을 정도로 한국의 교육열은 세계적이다. 그런데 이런 교육열이 아이들의 교육방향을 제대로 이끌어 가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열은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한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대학입시에 관련된 정책변화는 전국을 흔들어 놓는다. 이런 교육열은 고등학교만 한정되지 않고,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관문으로 특목고나 특목중 입시를 위해 중학교와 초등학교에도 널리 퍼져있다. 사토 마나부의 책 <교육개혁을 디자인하다>에서는 '획일적인 수업 아래 경쟁에 의한 동기 부여와 개인주의적 학습'을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로 지적하였다.

이런 획일적 교육은 획일적인 평가를 낳고, 학생들은 동료 학생들과 경쟁 구조를 형성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유와 경쟁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기본 원리이므로, 성공을 위해 다른 개인이나 집단과 경쟁하여 이기는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경쟁교육은 소수의 학생들만을 승자로 만들며, 대부분의 학생들을 패자로 만든다. 소수의 승자도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잠정적 패자의 두려움을 가지고 산다. 우리나라의 뜨거운 교육열이 만들어낸 극단적인 스트레스의 원인이 바로 이것이다.

멕시코 인디안 부족인 키카푸족을 대상으로, 인디안 학생들이 백인 학교에 부적응하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한 연구가 있었다. 키카푸족 학생들은 학교에서 언제나 조용한 방관자였고, 열심히 공부하지도 않으며, 성적도 나빴다. 그리고 제대로 졸업하는 학생도 드물었다. 학교 교사들은 키카푸족 학생들이 자신의 문화를 고수하고 변하려 노력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다. 교사들은 학생을 경쟁시키고, 학습을 장려하기 위해 미래에 성취할 수 있는 물질적 풍요를 꿈꾸도록 하였다. 즉, 열심히 공부해서 의사나 변호사가 되어야 잘 살 수 있다고 말하였지만, 키카푸족에는 돈 잘 버는 의사도 없었고 변호사도 없었다. 키카푸족 학생들의 꿈은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이었다. 이 부족의 시각에서 볼 때,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것은 유치한 어린 아이들 뿐이었다. 이들은 야구시합을 할 때에도 어리고 약한 사람들을 위해 좋은 공을 던져주고,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데에 더 관심을 기울였으며, 점수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교사의 학습 동기가 학생들을 열심히 공부시키는데 도움을 주지 못하였던 것이다.

멕시코 인디안은 낙천적이며 모든 일에 서두르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은 경쟁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살률도 매우 낮다. 이 부족보다 훨씬 물질적으로 잘사는 우리나라는 경쟁적인 목표만을 좇는 과도한 교육열로 인해 꿈 많은 젊은이들을 자살로 몰아넣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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