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식구 감싸기=공직사회'라는 공식이 뿌리 내리고, 세인들에게 각인된 지 이미 오래다. 공직사회는 그동안 갖가지 불미스런 일로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길 경우 즉시 덮어버리거나 솜방망이 처벌로 은근슬쩍 넘어가는 게 관행이 돼 왔던 게 사실이고, 이를 언론이나 시민사회단체는 '제 식구 감싸기'라고 꼬집어 왔다. 그렇게 해서라도 '동료 구하기'에 나서왔던 게 '보이지 않는 공직의 룰'이 돼 왔다. 그렇지만 청주시청에서 제 식구 감싸기는 철저하게 남의 이야기다. 외형적으론 균형적이고 공직사회다운 행위라고 평가받을 수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할 '암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 청주시 직원들의 자화상


청주시장은 민선5기를 맞는 동안 단 한 번도 재선이 허락되지 않았다. 5기동안 단체장이 5번 바뀐 지역도 그리 흔하지 않을 듯 하다. 선장이 수시로 바뀌니 선원들이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시장마다 철학이나 업무 추진 스타일이 다른 관계로 다소의 혼선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선거만 치르고 나면 직원들이 좌충우돌하고, 새 시장이 취임하기 전부터 쏟아지는 수많은 설(說)들이 임기 내내 끊이지 않는 것은 민선시대들어 생긴 '고질병'이다. 전체가 아닌 극히 일부의 문제지만 요즘의 작태를 보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새 시장이 당선되면 가장 많이 회자돼 온 말이 '누가 줄을 잘 섰다'가 아니라 '누가 줄을 잘못 섰다'가 주를 이뤘다. 낙선자의 사람으로 지목된 이가 어떻게 되느냐가 관심사로, 특정인을 찍고 서서히 죽이기에 들어간다. 이 것이 첫번째 죽이기다. 소문의 중심에 서면 당사자가 나락으로 떨어질 때까지 이 것 저 것 집요하게 갖다 붙인다. 두번째 죽이기다. '아니면 말고'를 넘어 당사자들조차도 잊은 십수년 전 일까지, 심지어는 집안 문제까지도 집요하게 끄집어 낸다. 출처불명의 '살생부'에 이름도 올라간다. 한번 찍히면 3번은 죽는다. 그게 '내 식구 세번 죽이기'다. 첫 번째, 두번째 인사가 이뤄지면 그 무성했던 설들이 교묘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시나브로 소문도 수그러든다. 그러다 보면 1년을 훌쩍 넘긴다. 그러나 '내 식구 죽이기'는 사안이 생기면 끊이지 않고 계속된다. 요즘 청주시청을 시끄럽게 만든 성추행 논란에 이 같은 병폐가 고개를 들고 있다.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이다. 사소한 것부터 업무와 무관한 사안까지 싹쓸이 식으로 대입해 죽이기에 나선다. 물론 당사자의 잘못이 가장 크다. 어떠한 말이나 행위로도 용서받기 힘들다. 하지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죽을 죄를 졌어도 한 집안의 가장이자, 남편이고, 아버지다.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이 입는 상처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동안 악플에 시달려온 연예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례를 수차례 봐 왔다. 우려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소문은 다른 사람까지로 확대되고 있다. 유탄맞는 희생양이 생기지 않을 까 걱정될 정도로 심상치 않다. 이 것이 민선시대에 자행되는 청주시 공직 내부의 '자화상'이다.


- 시·군 통합 보다 직원 화합이 우선


청주시의 최대 현안은 청원군과의 통합이다. 통합에 대비하기 위한 갖가지 방안이 추진되면서 분위기가 무르익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지만 결국 결론이 나 봐야 한다. 세번의 실패 경험이 있기 때문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동안 실패 원인을 청원의 소지역 이기주의로 내몰고, 핑계를 대 왔지만 실상은 공무원들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 통합되면 가장 큰 변화를 맞는 게 공직사회다. 청원군 공무원들이 상대적으로 조직이 크고 방대한 청주시청 공무원들과 섞이게 된다. 이 같은 청주시 공직 내부의 상황에서 청원군 공무원들이 통합에 찬성할 리 만무다. 고질적인 병폐가 근절되지 않는 한 통합은 말 그대로 '말'이나 '꿈'으로 끝날 수 있다. 기관 통합에 앞서 직원 화합이 우선이다.



/김헌섭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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