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07년 3월 30일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씨가 노 대통령의 지시로 지난해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측 인사와 비밀리에 만났다고 한다.

이호철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그제 "노 대통령이 북한이 특사를 원한다는 보고를 받고 그 진의를 파악해 보라고 해 안씨가 북측과 접촉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이 같은 사실을 숨겨왔다.

노 대통령은 올해 신년기자회견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설과 관련해 "아무 시도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해 말부터 8월 남북정상회담 개최설 밀사 파견설 등이 흘러나왔을 때도 부인으로 일관했다. 비선 접촉은 없으며 모든 것이 투명하게 공개된 절차에 따라 추진하고 있다고 큰소리 쳤다. 다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안씨는 한 술 더 떠 지난 3월 "남북관계와 관련해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며 반박문까지 냈다.

그러더니 속속 진실이 드러나자 마지못해 자백을 한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어리석은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가족 정치, 동네 정치라는 야당의 비난에 대꾸할 말이 없지 싶다.

거짓말을 한 이유도 옹색하다. 안씨와 함께 북측 인사를 만난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은 한 방송에 나와 "북측에서 비공개하기를 원하는 걸 공개해 갈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북한과의 신의는 중요하고, 남북관계는 투명하게 진행하겠다는 국민들과의 약속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남북관계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 투명하게 공개적으로 하는 게 옳다. 대통령의 측근이라고 해서 전문성도 없는 일 개인이 남북관계를 다루는 것은 위험하다.

비밀 접촉은 불투명한 거래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피해야 한다. 김대중 정부 시절 5억 달러 대북(對北)송금 의혹이 불거져 나오자 특검까지 한 참여정부 아닌가.

여야는 지난 2005년 12월 대북 정책을 법치 행정의 영역으로 전환할 수 있다며 남북관계발전법을 만들었다.

대북 특사의 임명근거를 마련하는 등 국민의 동의를 얻어 남북관계를 투명하게 추진하겠다는 뜻에서다.

노 대통령은 이제라도 남북관계 진행 상황, 특히 정상회담 개최 등에 대한 모든 것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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