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매일 오전 6시부터 모 라디오 방송에서 손석희씨의 시선 집중이라는 프로가 방송된다. 지난 21일 오전 이 프로를 진행하던 손씨는 한 리포터가 고교생의 엽기적인 사건을 보도하자 중간에 말을 막으며 '그만 하죠' 라고 말했다. 더 이상 이 사건에 대해 듣는 것이 애청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이 됐다. 그는 리포터가 계속 뉴스를 진행하려 하자 두 번이나 '그만 하죠' 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고교생이 아파트에서 떨어져 숨진 70대 여성을 흉기로 찌르고 성폭행까지 했다는 내용이었다. 일반인으로써는 도저히 이해가 자지 않는 엽기적인 사건인 것이다. 그것도 양반의 도시 충북에서 발생했다. 충북 청원지역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이 학생은 이같은 범행을 저지르고도 별로 죄의식이 없었다는 것이 더 충격적이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지난 18일 새벽 3시 40분쯤 청주시 흥덕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b씨(70·여)를 발견했다. 그리고 아무 이유없이 시신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훼손했다. 그리고 성폭행까지 저질렀다는 것이다. a군의 범행은 자신이 직접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이날 새벽 a군은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뒤 태연하게 경찰에 "산책을 하기 위해 나왔는데 아파트 화단에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며 신고까지 한 것이다.

출동한 경찰은 시신의 옷이 벗겨져 있고 a군의 진술이 번복되는 점 등을 수상히 여겨 추궁한 끝에 이같은 범행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a군의 진술이 사실인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사건 당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결과 시신에서 성폭행 흔적을 발견했다.

그는 경찰에서 "어떻게 되는지 보려고 그랬다"고 태연히 말했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학생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 학생은 경찰 조사에서 "아무런 이유없이 학교 동급생들에게 폭행을 당해 왔으며, 담당 교사에게 도움을 청해도 일시적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동급생들에게 폭행을 당하자 그 화풀이로 지나가는 노인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따라 경찰은 이 학생의 정신 상태를 분석하기 위해 심리분석을 실시하기로 했다. a군이 이 지경에 이르기 까지 학보모와 학교 당국은 무엇을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부모의 경우 자녀가 아무 이유없이 지나가는 노인을 폭행하는 행동을 했다면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보고 당연히 전문의의 치료를 받도록 했어야 했을 것이다.

학교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동급생들에게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해왔고 더구나 담임 선생님에게 이를 알려는데도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큰 문제다. 학교 폭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를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는 학교 당국이 더욱 문제라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a군은 고교 1학년때 부터 동급생 5~6명에게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계속 폭행을 당했다. 이같은 폭행 피해는 자신보다 힘이 약한 할머니에게 복수하는 일로 번져 지난해 10월과 12월 길을 가던 할머니들을 이유없이 폭행해 각각 소년보호처분과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이번 시신 훼손의 직접적인 원인이 학교 폭력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a군이 학교 폭력에 시달리면서 폭행에 대해 별다른 죄의식을 갖지 않았던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이 기회에 교육 당국은 물론 지역 사회가 나서 학교 폭력의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것이다.



/조무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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