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지난해 해외 연수나 출장을 다녀온 30개 기관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1만8795명이 경비로 501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공기관 중 국외 여비를 3억원 이상 지출한 곳도 204개소에 달했다고 한다. 추산하면 지난해 공공기관이 해외 여행이나 출장에 사용한 금액이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엄청난 해외 여비를 쓰면서 과연 이들이 국민을 위해 얼마나 봉사했는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감사원은 재경부, 건교부, 산자부, 서울시, 경기도, 부산시, 한전, 토지공사, 예금보험공사, 금감원 등 주요 30개 기관에 대한 감사를 벌인 결과 국내 출장 명목으로 예산을 편성, 해외 여행을 다니거나 종료된 국제기구 행사에 참석한다며 출장을 간 공무원도 있었다.

a기관의 부기관장은 올 1월 이집트, 요르단 등을 관광하면서 경비조달을 위해 허위로 국내 출장을 갔다고 3000만원을 조성한 뒤 이를 해외 여행비로 사용했다가 적발됐다. b기관의 한 센터 과장은 국제기구가 주최하는 포럼 참석 명목으로 작년 12월 스위스와 벨기에를 방문했으나 이 포럼은 출장전에 이미 종료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다른 기관은 지난해 해외 자료수집 및 단기연수를 간 107명 중 66명이 출장 일정보다 1∼12일 일찍 출국하거나 늦게 귀국하여 여비를 낭비했다. 이외 해외 여행 경비를 산하기관에 부담시키는 경우도 발견되는 등 공직자들의 해외연수와 출장이 비리 투성이인 것으로 조사됐다.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으로 충북 제천시가 수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했는데 농민단체 간부들은 이를 빌미로 공짜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제천시는 농촌총각 5명에 1인당 자부담 500만원, 시 지원 500만원 등 총 5000만원의 예산으로 지난 3일부터 5박6일 베트남을 다녀왔다. 그런데 이 사업을 주관한 한농연 제천시연합회의 간부 3명이 여비도 내지 않고 동행했다는 것이다. 장가를 가지 못해 베트남까지 간 농촌총각들을 외면한채 공짜 여행을 즐긴 농민단체 간부들의 행태는 탈선 공무원 못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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