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시립 교향악 단원으로 활동 하는 큰 딸아이가 요즘 단원들 간에 갑자기 칭찬을 듣고 있다고 한다. 이는 얼마 전 딸아이가 오른 한라산 등반 때문이란다. 교향악단에선 단원들의 친목 도모와 호연지기를 기르기 위해 제주도를 찾았단다. 그 때 딸아이가 80 여 명의 남녀 단원들을 제치고 한라산 등반 오르기 대회에서 2등을 차지 한 게 단원들 간의 화제 거리가 됐나보다. 단원들의 말에 따르면 이는 딸아이의 겉으로 드러나는 외양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승리여서 더욱 그러하다는 것이다.

딸아이를 굳이 소개 하자면 이렇다. 가냘픈 몸매, 속눈썹이 길고 커다란 선한 눈매, 평소 태도가 차분하여 말소리도 크게 내지 않는 조용한 성품의 딸아이다. 즉 문학적 표현을 빌리자면 가을날 길가에 한들한들 피어있는 가녀린 코스모스와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누구든 딸아이만 보면 요즘 보기 드문 젊은이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평소 언행이 조신하고 반듯하여 자식 농사를 잘 지었다는 칭송을 듣기도 한다.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라고 한다. 지금 자식 자랑을 하려고 이 말을 꺼내는 게 결코 아니다. 이야기 요점은 외모로 드러나는 딸아이의 이미지와는 달리 딸아이가 지닌 외유내강(外柔內剛)에 대한 말을 언급하기 위해서이다.


- 외유내강


딸아인 어려서부터 맏딸 콤플렉스 탓인지 사업장에서 집에 돌아오면 어린 나이에도 집안을 말끔히 청소도 해놓고 정리정돈도 잘하는 아이였다. 그러는 딸아이가 학교에서 받아오는 성적은 음악만 꼭 100점 일 뿐 수학, 국어 등 나머지 과목은 항상 80, 90 점 수준 밖에 안 이르렀었다. 그 당시 나또한 부모 욕심 탓인지 그러는 딸아이가 염려돼 틈만 나면 아이의 공부를 지도 했지만 음악 외엔 다른 공부는 100점을 맞지 못했다. 무엇보다 걱정 되는 것은 유난히 겁이 많은 것이었다. 하여 깨달은 게 아이를 공부의 노예로만 만들게 아니라 정신력 강한 아이로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해서 될 일과 안 될 일을 밥상머리 교육을 통해 철저히 교육 시켰다. 아이와 대화 시간을 자주 가져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마음이며 그 마음을 어떻게 상황에 따라 잘 다스려야 하는지도 알기 쉽게 교육했다. 또한 아무리 여자라도 옳다고 결심 한 일은 끝까지 포기하지 말 것과새로운 일일수록 도전을 해봐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아울러 자신이 어떤 일을 해도 항상 성과 열을 다하여 아낌없이 자신이 하는 일에 심신을 몰입 시키라는 말도 누누이 해왔었다.


-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


더욱 딸아이가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소유자로 각인 된 것은 한라산 등반 후란다. 딸아인 그날다른 단원들 보다 40여 분 늦게 출발했으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힘들어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한라산 정상을 등반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1등을 한 사람보다 2등인 딸아이에게 보내준 교향악 단원들의 박수갈채 의미를 새삼 깨닫게 됐다. 그들은 딸아이의 포기 하지 않는 승부 근성과 강한 정신력을 높이 사 그것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었던 것이다.

100은 숫자 중에 완벽한 수임에 분명 하다. 오죽하면 예로부터 여러 성(姓)의 사람을 나타낼 때 백성(百姓),여러 학자들을 백가(百家), 여러 벼슬아치들을 백관(百官)등으로 표현 했을까. 이로보아 100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 게 사실이다. 하지만 100점짜리 인생만이 승리자는 아니다. 결과보다 때론 과정이 더 중요한 게 우리 인생사이다.



/김혜식 하정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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