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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지에서
김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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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08.11  18: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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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장마가 끝났다고 하더니 비가 너무 자주 온다. 간혹 안 오는 날은이글거리는 태양이 심술을 부려 연일 30도가 훨씬 넘는다. 폭염에는 소나기가 그립고, 폭우가 계속되면 따갑더라도 햇볕을 바라는 마음이 날씨만큼이나 변덕스러운 것 같다.

한 달 전부터 친목모임에서 피서를 가자고 계획을 세웠다. 협의 과정에서 전국일주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에는 피서는 역시 바닷가라고 하면서 동해안을 가자고 했는데, 거리가 멀고 전국에서 모인 인파에 너무 시달린다고 남해안 이야기가 나왔다가 회원 중 누군가 바쁜 일 때문에 1박 2일도 어렵다고 해서 가까운 괴산군의 어느 계곡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바다가 없는 지방에 살아서인지 꼭 해수욕이 아니더라도 가슴이 탁 트이는 바다에 대한 욕심은 모두 있었지만, 바다 대신 계곡을 택한 것이다. 바다가 아니라도 물을 선택한 회원들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드디어 약속한 전 날, 며칠 작열하던 태양은 비를 내리며 심술을 부리고 있었다. 준비물을 챙기는데 비옷 등을 준비했지만, 가는 곳이 계곡이라 걱정은 되었다. 비가 내리면 들마루라도 빌린다든지 날씨를 보아가며 최종 행선지를 정하기로 했다.

이튿날 아침, 비는 간간이 부슬부슬 내리다가 구름사이로 해님이 얼굴을 내밀기도 한다. 어린이들의 숨바꼭질을 연상하는 날씨다. 집결지에 모여 처음 계획대로 강행하기로 하였다. 도로에서 가까운 냇가는 사람들로 북적거렸지만, 우리 일행은 도보로 30분 이상 가서인지 인파는 많지 않았다. 간단한 해가림까지 하고 넓은 바위 위에 돗자리를 깔으니 안성맞춤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좋은 자리를 차지했다고 하고, 명당이라고 하였다.

아주 다행스러운 것은 비도 오지 않고, 구름도 적당히 드리워주었다. 집에서 조리해온 음식물을 차려놓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모두들 덕담도 잘 한다. 나도 "평소에 쌓였던 생활의 스트레스를 날리고 재충전하는 소중한 자리가 되자."고 했다. 모두 천진난만한 동심(童心)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우리의 본심은 이처럼 맑고 고운데 세파(世波)에 시달려 엉뚱한 사람도 있나 보다. 성선설과 성악설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우리 사회가 서로 믿는 가슴이 따뜻한 행동으로 가득 차 각종 범죄를 걱정하지 않는 복지사회가 되는 것이 행복한 삶이고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일 것이다.

일행들과 어울리다 잠시 호젓한 시간을 갖고 싶었다. 장마 끝이라 바위와 계곡 가장자리까지 말끔히 닦아놓았다. 조금만 더 올라오라고 이름 모를 산새가 불러준다. 물도 그지없이 맑고 발이 시릴 정도로 차다. 아무리 용쓰고 재주를 부려도 인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이것도 자연의 위대한 힘이다. 인적없는 한적한 곳에 커다란 웅덩이가 있다. 바닥도 둑도 깨끗하고 커다란 바위로 구축된 노천탕이다. 옛날 달밤에 선녀가 다녀갔을 법한 아늑한 곳이다. 나도 모르게 옷 젖는 줄도 모르고 들어가 앉았다. 지금까지 시달렸던 온갖 스트레스도 날리고 아픈 어깨도 낫는 듯 했다. 세상일을 모두 잊고 재충전하는 기회였다. 물은 차가왔지만 폭염에 괴롭던 일을 생각하니 견딜만하였다. 계곡 옆의 낭떠러지를 보고 내 눈을 의심하였다. 기이하게도 물푸레나무 뿌리가 커다란 바위를 가까스로 떠받치고 있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모습이다. 피서는 꼭 바다로만 먼 곳으로 가야한다는 고정관념도 떨치는 실속 있고도 보람 있는 기회였다.



/김진웅 청주 경덕초등학교 교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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