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연합뉴스한국 수영이 제12회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최대 슬럼프에 빠졌다.

지난해 말 도하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개에 은메달 2개, 동메달 11개에 아시아신기록 2개, 한국신기록 18개의 성과를 내며 '르네상스'를 활짝 열었던 한국 수영은 이번 대회에서 완전히 몰락하고 말았다.

자유형 400m 금메달과 200m 동메달에 아시아신기록 2개의 성적을 낸 박태환(18.경기고)을 빼면 13명의 대표 선수 가운데 단 한 명도 결승에 오르지 못하며 대회를 마감했다.

여자 접영 200m의 최혜라(서울체고)와 여자 평영 200m의 정슬기(연세대)가 예선을 통과해 준결승에 진출했지만 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물론 한국은 예전에도 세계선수권대회 성적이 좋지 않았다. 1998년 호주 퍼스 대회 때 한규철(전남수영연맹)이 접영 200m에서 결승에 진출한 것과 이남은(효정고)이 2년 전 몬트리올 대회 여자 배영 50m에서 결승에 나간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박태환을 제외하고 자신의 기록을 단축한 선수가 단 1명도 없을만큼 초라하기 짝이 없다.

이에 대해 대표팀은 "도하아시안게임 이후 훈련을 오래 쉬었기 때문에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었다"고 밝혔으나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한 달씩 선수들을 쉬게 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지도방식이라는 지적이 높다.

또 태릉선수촌과 같은 최고의 시설에서 훈련을 하는데도 수영연맹의 자체 지원 체계가 열악한 점도 한 가지 원인이다.

태릉에서 13명의 수영 대표선수를 전담하는 물리치료사는 단 한 명 뿐이다.


이번 대회에 파견된 코칭스태프도 노민상 감독에 방준영, 우원기 코치, 이문삼 물리치료사까지 4명 뿐이다. 선수 지도는 코치들이 3-4명씩 나눠서 한다고 하더라도 이 물리치료사가 13명의 대표선수를 관리하는 건 벅찰 수밖에 없다.

선수 32명을 파견한 일본은 감독과 코치를 제외하고 웨이트트레이너 및 물리치료사가 5명에 행정을 맡은 총무도 2명이나 된다.

일본은 이번 대회 경영에서 금 1, 은 1, 동메달 4개를 수확하는 성과를 거뒀다. 비슷한 체격을 가진 아시아인이지만 충분한 지원을 받으면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한국 수영은 걸출한 스타인 박태환으로 인해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해선 장기적인 발전 계획속에 체계적인 훈련시스템을 구축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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