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자리 창출의 일환이어서인지 각종 지도사 자격증 취득을 알리는 광고가 신문지상을 장식하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하나같이 생활에 필요한 자격증들이다. 또한 학력, 연령에 제한 없어 누구나 한번쯤 자격증에 도전해볼 만하여 나또한 구미가 당기는 게 사실이다. 한데 가만히 살펴보니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노인들을 위한 유익한 자격증은 별반 없는 듯하다. 즉 구체적 표현을 한다면 노인들의 외로움, 소외감을 달래드릴 노인 정서를 보살피는 전문적인 심리사가 없다는 말이다.

하긴 노인들을 공경하는 일에 무슨 자격증이 필요하랴. 하나 요즘은 우리의 미풍양속인 웃어른을 공경하는 마음이 많이 퇴색 돼서인지 솔직히 어떻게 노인들을 공경하는 해야 하는지 자격증을 내세워서라도 알릴 필요가 있으며 또한 필요하기도 하다.

얼마 전 어느 지인은 자신의 시어머니가 노환으로 편찮으셔서 장기간 병원 신세를 지게 하다가 간병비도 부담되고 병원비도 만만치 않아 집으로 모시게 됐다고 한다. 그 지인은 사업을 하는 40대 여성으로 실은 시어머니를 극진히 봉양할 처지는 못 된다. 그럼에도 시어머니를 딱딱한 병원 침대에 눕게 할 수 없고 남의 손에 간병을 맡기는 게 마뜩찮아 집으로 모시게 됐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하도록 감동이 일었다.

집에서 하릴없이 지내도 어르신을 모신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젊은이들에 비해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매사 감지 능력이 떨어지며 심신의 쇠약으로 인하여 노환이 잦은 분들이 노인들 아닌가. 나또한 지난 2년 여 갑작스레 남동생을 잃고 정신 질환을 앓게 된 친정어머니를 모신 적 있다. 친정어머닌 하루에도 몇 번씩 자식 생각에 울음을 터뜨리기 예사였고 걸핏하면 소화 장애를 일으켜 응급차를 부르는 날도 잦았었다. 무엇보다 어머니가 원하는 것은 자신의 슬픔을 달래 줄 상대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그때마다 어머니랑 영화도 함께 관람하고 쇼핑도 함께 하고 외국 여행도 함께 갔었다.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늘 어머니 곁에 원하기만 하면 당신의 심신을 돌볼 자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사소한 일에도 각별한 신경을 썼었다. 그 결과 충격으로 인한 초기 치매 증세가 많이 호전돼 요즘은 어머니 혼자서도 생활할 수 있으리만치 빠른 치유가 이뤄졌다.

누구나 노화는 피할 수 없다. 언젠가 푸르렀던 젊음도 황혼으로 기울기 마련이다. 앞만 보며 살다가 걸음 멈추고 보니 어느새 나또한 지천명의 나이에 이르렀잖은가. 삶이 찰나이고 청춘이 순간임을 새삼 깨닫는다. 아직은 그래도 노년의 나이엔 이르지 않았지만 머잖아 내게도 그날이 닥쳐오리라 생각하니 지레 두려움이 앞선다.

노인들이 누구인가. 그분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온 덕분에 오늘날 우리나라가 이만큼 눈부신 발전을 했잖은가. 오로지 자식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다보니 당신들의 노후는 미처 예상도 못하고 준비도 없이 살아온 분들이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자식들의 따뜻한 관심이다. 사회의 당신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의 손길이다.

노인들은 인생의 노을 앞에 얼마나 마음이 허허롭고 외로울까? 더구나 배우자를 잃고 홀로 계시는 노인들의 그 쓸쓸함, 적막감, 외로움을 젊은이들은 상상이나 해보았나? 어르신들이 마음 놓고 남은 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이젠 사회가 나설 때이다. 노인들이 세상으로부터 소외감, 단절감을 느끼지 않도록 정서를 안정 시켜드리는 문화적 프로그램도 더욱 활성화 시켜야 하리라. 이는 어르신들은 우리의 부모님들이며 우리 자식들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우린 그것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될 일이다.




/김혜식 하정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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