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6일 무상급식 확대 여부를 결정짓는 오세훈 주민투표에서 "나쁜 투표에 착한 거부를 했다"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사면초가이다. 여러 정황상 후보단일화의 음습한 악취가 진동하는데도 본인은 아직까지 매우 당당하다. 스스로 법을 전공했고 법치주의를 준수한다는 학자적 식견이나 판단에 의한 것인지 모르지만 여론은 그와 반대이다.야권과 본인은 오세훈 낙마와 관련된 기획 표적수사라고 주장하고 검찰은 오히려 선거영향을 우려해 수사를 늦췄다는 상반된 입장이지만 결국 야당도 같은 당적은 아니더라도 옹호하기엔 부담이 큰 이유로 손대표 등이 사퇴를 촉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

이번 파문은검찰이 후보포기 댓가의 돈을 받았다고 혐의를 둔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를 긴급체포하고 구속한 데서 촉발됐다. 그리고 돈의 성격, 전달과정 등의 복잡다단함이 파장을 키워가고 있다. 하지만 시중의 정서를 자극한 것은 곽교육감의 기자회견 내용이다.

곽교육감은 돈의 성격에 대해 "박교수가 생활이 어려워 이를 보고 있을 수 없어 선의로 2억원을 줬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수사에 대해 "분별없이 보면 후보직 매수행위라고 볼지 모르지만 법은 분별있게 본다"며 합법성만 강조하고 인정을 무시하면 몰인정한 사회가 된다'고도 했다. 언뜻 들으면 '힘든 사람 도와주는데 같이 나서지는 못할 망정 왜 죄인으로 몰아가느냐' 하는 언어의 포장이 자리잡고 있다. 인정을 무시하면 몰인정한 사회가 된다고 한 것은 자기합리화를 넘은 대중기만에 가깝다. 통상 불특정 다수의 소외계층을 돕고 하는 것은 사회복지 차원에서 존경받고 앙양(昻揚)해야 마땅하지만 이 경우는 상대방의 인과관계를 따져볼 필요가 분명히 있다. 곽교육감의 말대로 아무리 분별없이 보더라도 불특정 다수가 아닌 특정인과의 채무관계성 돈관계로 보이는 사안을 "법은 분별있게 볼것이다" 라고 주창하는 것은 법치를 존중하는 사람의 수사법은 아닌 것 같다. 여론을 그의 말을 괘변으로 여기고 있으며 인터넷에 난무하는 패러디는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아무리 주는 사람이 선의라 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돈의 성격은 변하게 된다. 이 상관관계를 당사자인 곽교육감 스스로 정의 내릴 것이 아니라 '분별"있는 법에 처리를 맡기면 된다. 그리고 교육자적 입장으로 시시비비가 규명되기 전 이라 하더라도 협잡에 가까운 뒷거래의 구설 자체가 스스로의 처신 결정을 요구하는 필요충분적 조건인데 떴떴하게 조사를 받겠다고 '떴떴'해 하는 것은 부정과 비리척결의 전도사를 자임한자신의 신념과도 배치한다. 일부 야권인사들이 여론몰이에 의한 무조건 사퇴를 반대한다 하더라도 곽교육감은 이미 교육적으로는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차제에 여권이 검토하고 있는교육감직선 폐지론도 힘이 실릴 가능성이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긍정 보다는 폐해가 훨씬 많다고 보는 이 제도는 이번 처럼 선출과정에서의 난맥상으로 볼때 교육자치의 대의명분에서도 재고돼야 한다. 반드시 주민 직선이라고 해서 자치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선거비용도 그렇고 비록 정당에 속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정당과 이념의 구도로 갈 수 밖에 없는 현실, 그리고 선출 이후의 내부 갈등과 편가르기의 이전투구는 맑고건강헌 사고를 길러줘야 하는 교육의 현장과는 동떨어진 게 많다.

그러므로 '직선'이라는 프레임에 갇히기 보다 차라리 3년 후 사라지게 되는 교육의회의 기능을 부활시키는 게 더 우선적으로 보인다.그동안 교육위는 교육청의 전반을 다루면서 자체 심의 의결 사항을 도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기형구조를 유지하다지난해 지방선거 이후는 이 구조도 사라지고 도의회의 일개 상임위로 전락했다.

예산이나 직접 인사권을 행할 수 있는 대상이 광역단체장 보다 꿀릴게 없는 교육감이, 그것도 직선이 , 도의회 등에서 받는 대접은 말씀이 아니다. 갑론을박이 있겠지만 앞으로 이번 같은 부정과 바리의 원초적 싹이 자라지 않게 하려면 선출제를 변형하는 과정이 수반되는 게 정상이며 그것이 교육의 본질인 반듯함을 세우는 서까래라고 생각한다.




/이정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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