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집 충주대 총장 인터뷰

[충청일보] △충주대-철도대 통합 추진 배경은
지역을 막론하고 국내 대학은 모두 위기상황에 놓여 있다. 올해나 내년은 상관없겠지만 4~5년 뒤에는 학령인구 감소로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현재 초등학교 3~4학년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10년 후면 대학지원자가 30% 감소하고 전국 200여 개 4년제 대학 중 70~80개가 문을 닫는 게 기정사실이다. 천편일률적인 전국의 대학들은 특성화가 안되면 아귀다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 한국교통대학으로 특성화를 실현하게 되면 국내 유일의 교통특성화 대학으로 경쟁대학이 없다. 홀가분하게 국내를 벗어나 세계로 진출해서 글로벌 경쟁을 벌일 수 있다. 대학과 지역발전에 절호의 기회다. 철도대의 메리트는 카이스트나 고려대, 충남대 등 유수의 대학들이 통합을 희망했던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통합 추진과정에서 기억나는 고비의 순간은
제일 큰 고비는 철도대가 충주대를 선택하도록 만드는 과정이었다. 당초 철도대의 민영화를 계획했던 국가정책을 바꾸게 하는 일은 국토해양부와 기획재정부, 국무총리실 등과 연계된 극도로 복잡한 사안이었다. 이를 국립대와 통합할 수 있도록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가장 어려웠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게 윤진식 국회의원이다. 윤 의원이 엄청난 역할을 하신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 힘들었던 일은 지역의 일부 통합반대론자들이 근거없는 비논리적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고, 주민들을 현혹·선동한 일이다. 이들 때문에 통합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

△이면에는 통합 성사의 성취감도 있었을텐데
무엇보다 큰 보람을 느낀다. 특성화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10년 내에 지역의 다른 대학에 통합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대학의 충주캠퍼스로 전락해 대대적인 정원 감축이 이뤄지고 충주대의 역사가 사라져 껍데기만 남은 채 언젠가 소멸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학내구성원의 81% 통합 찬성, 79% 교명 변경 찬성 등 슬기로운 의사결정으로 학교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게 됐고, 온갖 방해 책동에도 당초 목표했던 통합 성과를 이뤄 영원히 충주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구사일생으로 학교 생존과 발전의 길을 찾은 셈이다.

△향후 통합 일정과 남은 과제는
이제 큰 고비들은 모두 넘겼고 몇 가지 절차상 문제만 남았다. 수도권정비위원회 본회의가 이달 중으로 열리고, 최종적으로는 국무회의에서 국립학교설치령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철도대와 통합을 위한 실질적인 작업들을 진행해야 한다. 오늘도 학교 확대운영위를 소집해 논의했고, 다음주 중으로 교통대 개교준비위원회를 구축해 본격적인 통합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학사와 교무 행정, 학생들의 실질적 통합, 회계·재정 부문, 의왕캠퍼스 교지와 교사 등 시설 인수, 학사운영 전산프로그램 통합 등등 이런 작업들이 수월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수도권정비위원회 본회의 통과 전망은
본회의에는 국토부 장관 등 각 부 장관들이 참여한다. 실무위원회에서 이미 난상토론을 거쳐 결정된 사안이기 때문에 무난히 통과될 전망이다. 지금껏 실무위에서 통과된 사안이 본회의에서 거부된 사례는 없다고 들었다.

△통합지원금 신청규모가 400억에서 250억으로 대폭 줄어든 이유는
400억 원은 최대한 욕심껏 전략적으로 신청한 금액이며 250억 원도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금액 조정은 현실적인 지원금을 요청하라는 교과부 통합심사위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교과부와 기재부 논의를 거쳐 최종 결정될 사안이라 실제 얼마가 지원될 지는 알 수 없지만 200억 원 남짓을 받을 수 있으면 성공이다. 청주과학대와 통합할 때도 180억 원을 받았었고 다른 대학들의 통합 사례에서도 마찬가지다.

△통합안에 부정적인 학내구성원도 적지 않았다. 내부 봉합 과제가 남았는데
부끄러운 부분이다. 통합은 압도적으로 찬성했지만 통합신청서에 대한 찬반 투표에서는 교수 51.4%의 지지밖에 얻지 못했다. 당시 시간이 촉박했고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교수들도 서운한 감정이 있었던 것 같다. 반대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본다. 원칙적으로 통합에는 찬성한 것이 사실이고 그동안 통합안의 수정과 개선을 통해 최종안을 도출했기 때문이다.

△충북도와 민주당은 교명 변경에 부정적인데
그동안 수없이 얘기했지만 교명 변경은 철도대가 우리와 통합논의를 시작하게 된 대전제였다. 교명을 바꾸지 않고는 통합이 성사는 커녕 논의를 시작할 수조차 없다. 이들은 통합에는 찬성한다면서도 교명 변경은 반대한다는데, 이는 통합 자체를 반대하겠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통합을 반대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도대체 무슨 의도로 이러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양 대학 통합의 최대 성과는
우리 대학이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교통분야에 특성화된 국내 유일의 대학으로 변신하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의 태풍 속에서도 존립을 뒷받침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학교뿐만 아니라 충주를 위해서도 잘된 일이다.

△내년도 신입생 모집 일정은
2012년도 1차 수시 입학사정관제 전형 원서접수를 시작했다. 수시는 통합결과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학과는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며, 12월에 있을 정시모집은 공식적으로 한국교통대학교 이름을 걸고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예년처럼 차질없이 진행된다.

△내년 3월 출범할 한국교통대의 미래상은
한국교통대학교의 핵심은 철도교통과 도로교통, 항공교통을 아우르는 것이다. 교통분야는 새롭게 부각되는 대한민국의 먹거리 시장이다. 남북철도 연결과 시베리아 횡단철도 연결이 성사되면 일본과 한국의 물동량은 배가 아닌 철도를 이용한 유럽지역으로의 이동이 가능해진다. 중간의 허브 역할을 한국과 북한이 하게 돼 통과세만으로도 엄청난 먹거리가 될 것이다. 우리 한국교통대가 그 중심에 서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수많은 대학이 희망하는 일이다. 세계가 고속전철화에 뛰어들고 있다. 원자력발전의 6배가 넘는 시장이다. 30배라는 전망도 있다. 우리나라는 뒤늦게 외국자본을 들여와 시작했지만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고 정부 차원에서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0년이 되면 20만 명의 연구 및 현장 인력이 필요할 전망이고 한국교통대가 이 인력을 공급하는 핵심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세계 속에 우뚝 서는 경쟁력 있는 대학이 되는 것이다.

△통합 성사에는 많은 분들의 노고가 짐작된다. 감사메시지를 전한다면
참으로 고생하신 분들이 많다. 우선 학내 구성원 대다수가 통합에 노심초사하며 일선에서 엄청난 노고를 치렀다. 총동문회도 끊임없이 힘을 실어주셨다. 일부 동문의 반대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또 철도대 관계자 분들과 전·현직 총장의 역할이 컸다. 철도대 구성원들이 처음부터 우리 대학에 후한 점수를 준 건 아니었지만 차츰 통합을 지지하고 성원하는 체제로 변화해 큰 도움이 됐다. 외부에서는 윤진식 의원이 처음부터 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아 많은 도움을 주셨다. 그리고 충주시민과 의왕시민께 고마움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 충주대는 시민과 더불어 성장 발전해 왔고, 철도대도 마찬가지다. 지난번 여론조사에서 충주대 통합에 많은 지지를 보내주신 시민들의 뜻을 받들어 지역 속에서 함께 성장하는 세계적 대학으로 육성해나가는 데 최선의 노력으로 보답하겠다. 감사드린다.

△통합 성사의 주역으로서 소회는
총장에 취임한 지 28개월이 지났다. 여러가지 목표를 세웠지만 가장 중요한 통합이 성사됐다. 주변과 특히 학내구성원들의 성원으로 통합을 일궈냈다. 감회가 새롭고 감개무량하다. 임기가 많이 남아 있지만 훗날 총장직에서 떠났을 때 후임자와 구성원 앞에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총장으로 남고 싶다. /이현기자

▲ 장병집 충주대 총장. © 편집부

▲ 충주대 전경. © 편집부


▲ 충주대 정문. © 편집부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