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와 절세의 차이는?. 탈세는 불법이고 절세는 법의 테두리 내에서 세금을 줄이는 준 합법적 행위에 가깝다. 일반적이며 상식적인 해석이다.

국가를 운영하는 재원은 바로 이 세금이다. 하지만 그 누군들 이 세금내는 것을 좋아할까. 그 반면에 세금 걷는게 직업인 사람들이 있다. 세리라고 불리는 세무공무원들인데 사회에서 좋은 인상을 받는 직업군에 끼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세리(稅吏)'는 말 그대로 '세금을 징수하는 관리'이다. 그런데 국가가 부여한 중대 업무인 징수에 본분을 다하고 있는 세무 공무원이 성서 등에서는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

고대 이스라엘이 로마의 지배를 받을 당시 로마의 세금을 거두어들이는 세리는 로마의 앞잡이, 로마 정부의 대리인으로 여겨졌다. 특히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일이 빈번했기에 세리는 유다인들에게 증오와 경멸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신약성서에서 '세리'라는 용어는 종종 '죄인'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지만 예수가 그들을 보듬는 덕에 공존의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환영은 받지 못하더라도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런가운데 탈세와의 싸움을 벌이는 투사적 자세가 없다면 얼마나 많은 누수가 생길지, 그래서 생기는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이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지만 세금. 덜 내고 싶은게 인지상정. 그런데 근래 일부 부자들이 세금을 자청해서 더 내겠다고 해서 화제를 모았다.아쉽지만 우리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의 갑부 워렌 버핏이 그 불을 당겼다.정부 재정적자로 리더십 위기까지 몰린 오바마의 구원투수격인 그는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증세문제로 대립하자 나같은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거두라고 나섰다.더 나아가 중산층이나 빈곤층의 급여세 감면 혜택은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빌 게이츠와 조지 소로스 등 부호가 이 반열에 동참했다. 이 파장은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대부분 재정적자 상태인 유럽으로 옮겨가 프랑스갑부인 광고그룹 퓌블리시스의 모리스 레비 최고경영자(CEO)와 화장품으로 잘 알려진 로레알의 상속녀인 릴리안 베탕쿠르와 정유기업 토탈의 최고경영자 등 이 내겠다고 했다.

물론 더 내고싶다고 해서 이루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다른 관점에서 보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다양한 실천 유형이라고도 할 수 있다. 부자감세로 논란과 진통을 겪는 우리로서는 부러운 시선을 보낼 수 밖에 없다. 만약 우리 주변의 부자들이 나라 곳간이 비게 생겼으니 세금을 더 내겠다고 자청한다면 어떤 반응들을 보일까 궁금하다. 모르긴 해도 모난 돌이 정 맞을 확률이 커 보인다. 세리들의 근무처인 국세청에서 이따금 대형 탈루 사실을 적발하는 것을 보면 가외로 내진 못하더라도 내야할 만큼은 내는게 정석인데 유리알 지갑을 가진 봉급생활자들의 눈에는 분통이 터질 일 들이 적지않다.

만약 우리 현실에서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겠다고 하면 그 여파가 서민들에게는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어 보인다.

버핏의 제안이나 프랑수 부호들의 애국심이 결실로 승화되는 것 같지 않지만 무조건 부자라고 해서 세금폭탄을 안길 수는 없는 노릇이고 실제 유럽 여러나라에서 부유세 도입 등을 실패하고 잇음을 볼 때 부자나 서민이나 세금에 대한 원초적 거부감은 동서고금을 통해도 똑같은 모양이다.



/이정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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