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안풍이 아직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본인이 대선 출마에 관심이 없고 학교 일에 충실하겠다는 강한 의사 표현에도 그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추석이 지난후 모 방송국이 차기 대선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안 교수는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다자간 지지도에서는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에 이어 2위에 그쳤지만 안 교수와 박 전 대표와의 양자 대결에서는 안 교수가 근소한 차로 박 전 대표를 앞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만약 차기 대선에서 야권의 단일 후보로 안 교수가 출마하고 여당에서 박 전 대표가 출마한다면 그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3년여간 지지도 1위의 박 전 대표에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한 셈이다.

이처럼 안철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국민들이 정치권에 대한 강한 불만의 표출이라고 봐야 할것이다. 기존 정치권에 기대할만한 인물이 없고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생각이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요구하고 있다. 새 인물이 나서서 우리나라 경제와 질서를 확 바꿔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러한 열망이 안 교수와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 예정인 박원순 변호사 같은 신인들에게 관심을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안 교수 같은 인물이 대통령이 된다고 하루 아침에 나라의 질서와 경제가 바뀌어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안 교수의 경우 정치에 문외한이고 정부 살림을 제대로 이끌어 갈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그래도 국민들은 변화와 혁신을 기대하며 안 교수에게 성원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안 교수가 서울시장에 출마하여 시정 경험을 쌓고 차차기에 대선에 도전한다면 확실한 결과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변호사의 강력한 서울시장 출마 의사로 안 교수는 양보했다. 그는 서울대 학장 회의에서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하는데 적지 않은 고민이 있었음을 내보였다고 한다. 출마한다면 당선이 확실한데 이를 양보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다. 안 교수의 양보로 별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박 변호사도 단번에 서울시장 후보 중에 지지도 1위로 뛰어 올랐다.

많은 국민들은 안 교수의 양보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누구든 욕심을 버리기는 쉽지 않다. 선출직 중에 대통령 다음으로 중요한 자리라는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존 정치권이 이같은 양보의 미덕을 배웠으면 좋겠다.

안 교수가 대선에 출마하면 대학생 투표율이 30%포인트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대학신문과 캠퍼스라이프가 대학생 1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3.5%가 '안 원장이 출마하면 기꺼이 투표장에 가겠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또 응답자의 57.8%는 '안 원장이 대권 후보로 나갈 경우 지지하겠다'고 했고, '지지하지 않겠다'는 반응은 22.2%에 불과했다.

안 교수는 "로마가 망할 때에 기득권이 과보호 되고, 권력층이 부패하고, 상하 격차가 심하게 벌어지고, 계층간 이동 가능성이 완전히 닫힐 때였다"고 역설했다. 지금 우리의 모습이 그런지도 모르겠다.

사실 안 교수는 정치인이 아니다. 우파도 좌파도 아니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강력한 대통령 후보 박 전 대표에 앞선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들의 55.7%가 정권교체를 희망한다고 한다. 그러나 민주당으로 정권교체를 바라는 것 같지도 않다. 그래서 안 교수에 기대를 거는 것인지도 모른다. 안철수 태풍이 언제까지 위력을 발휘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쉽게 가라 앉지는 않을 것이다.




/조무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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