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열심히 하도록 만들기 위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보상을 제시하는 것이다. 잘했을 때 보상을 지급하는 것은 열심히 하지 않았을 때 채찍을 드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요즈음은 선물보다 돈이 가장 직접적인 보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믿음이 맞지 않는 상황이 너무나 많다.

인간의 두뇌에는 사리 판단하는 두 종류의 중추신경이 있는데, 하나는 이타중추이고, 다른 하나는 쾌감중추이다. 이 두 종류의 중추신경이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따라 우리는 전혀 다른 판단을 하게 될 수 있다. 1993년 스위스에서는 두 곳을 핵폐기물 처리장으로 선정하였다. 당연히 그 마을 사람들은 자신의 집 가까이에 핵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서는 것에 대해 꺼림칙해 했지만, 절반 정도의 사람들은 나라의 정책을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이는 이타중추가 사고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머지 절반의 사람들이 반대하면 정책을 진행할 수가 없다. 그래서 반대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주민들에게 보상을 주기로 했다. 그 지역 주민 한 사람당 매년 200만원씩 주겠다고 제안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핵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이 더 늘어난 것이다. 결국 이 제안으로 인해 75%가 넘는 주민들이 반대하게 되었다.

스위스 정부는 그 정도의 액수면 주민들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안은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자 하였던 이타중추를 마비시키기 때문에 매립장 선정에 찬성하였던 절반 가까운 주민들이 판단을 바꾸게 된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반대하였던 주민들도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주민들이 쾌락중추로 판단하였을 때, 그 액수는 희생할 가치가 있는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더 많은 액수를 제안한다면, 쾌락중추는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된다. 더 큰 돈이 아니면 만족하지 않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토지 보상을 할 때 일어나는 일도 이와 같지 않을까? 그래서 호의를 베푸는 친구에서 돈으로 호의를 보상하면 안 된다. 이사하는 친구를 하루 종일 열심히 도왔더니 고맙다고 만원을 준다면 기분이 좋을 사람은 별로 없다. 그 행동은 이타중추에 의해 행동한 사람에게 쾌락 중추를 자극시키는 것이고, 그 자극이 너무 작아 기분만 나빠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같은 상황이지만 다른 결과의 예도 있다. 미국의 한 주에 대안학교가 설립되었다. 학교는규율이 거의 없었고, 지적 창의적 자유가 넘쳐났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강점을 계발하도록 장려하였다. 교사의 월급은 매우 작았으나, 그들은 사명감으로 일했고, 학생들의 성장이 탁월했기 때문에 그 학교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대기자 명단이 엄청나게 길었다. 이에 자극을 받은 교육청에서는 혁신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시도하는 학교에 여러 가지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이 대안학교도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해 학생의 출석률을 높이는 교사에게 보상을 주기로 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는데, 학생들의 출석률은 올라갔지만 성적은 떨어졌다. 교사들이 학생들의 능력 계발에 노력을 쏟기 보다는 보상을 위해 출석률을 높이는데 노력을 기울이면서 현장답사, 교실파티와 같은 행사만 벌였던 것이다.

쾌감중추는 쉽게 이타중추를 이긴다. 그리고 중독성이 강하다. 만약 우리가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에게 높은 성적을 받으면 보상을 주겠다고 약속한다면, 그 학생의 쾌락중추를 자극하는 일이고, 그에 따른 부작용이 얼마나 큰지 알아야 한다. 이제 그 학생은 보상 없이는 스스로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보상은 점점 더 커져야 한다. 이번 추석 때 작년과 같은 액수의 용돈을 주었더니 조카나 손자가 별로 기쁜 내색을 하지 않았다면, 인간의 심리를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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