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힘찬 자명종 소리와 함께 창문의 블라인드가 저절로 걷힌다. 햇살이 눈부시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 시간예약이 된 커피머신이 향기로운 커피를 뽑아내기 시작하고 조간신문 헤드라인 뉴스들과 새로 도착한 이메일들이 컴퓨터에 연결된 음성장치를 통해 브리핑된다. 아침 운동을 하러 나선다. 내가 사는 도시내부에는 차량은 들어 올 수가 없다.

대신 보행자 도로와 자전거도로는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어디든지 갈 수 있고 안전하다. 산책길을 따라 펼쳐진 싱그러운 공기를 마시며 새소리를 들으며 때지어 걸어가는 오리무리를 따라 가보기도 한다. 도시규모와 밀도는 그리 높지 않아 어디서나 하늘을 보며 지낼 수 있고 건물의 높이에 초라해지지도 않는 인간스케일에 맞도록 조성되어 우리가 주인인 환경이다.

기본적으로 걸으면서 일상행활을 할 수 있으며 원거리이동은 무공해첨단버스나 모노레일을 할 수 있다. 산책이나 조깅을 하는 동안 펼쳐진 도시전경은 흡사 고호의 그림 [Green Wheat Field]에서의 모습처럼 전형적인 농촌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어느 곳이나 푸른 녹지로 둘러싸여 있고, 콘크리트벽의 삭막한 회색은 모두 벽과 지붕까지도 녹화되어 가리워져 있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아 본사와 연결하여 업무를 시작한다. 초고속 광통신망과 완벽한 통신체계는 재택 근무를 전혀 불편함 없이 도와준다........." 내가 상상해본 이상적인 도시의 모습이다. 도시라고 이름 지워진 공간이 생겨난 이래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이러한 편리하고 편안한 그리고 안전한 정주환경에 대해 끊임없는 관심과 다양한 연구들을 수행해왔다.

이를 이상도시, 혹은 유토피아라고 하면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최고의 지향적 사회를 만들어 보고자 하였다. 혹은 그 시대에 가장 크게 부각되는 도시 문제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해결안 모색 차원에서 이상도시의 다양한 모습을 제시해 왔다. 특히 산업화 이후 도시문제의 양상이 도시내 인구집중과 이로 인한 도시의 수용능력문제, 이를테면 환경, 주택, 고용등에 초점이 맞추어지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많은 이상적인 아이디어들이 제시되어져 왔는데, 도시와 농촌을 합친 이상적 개념을 이야기하기도 하였으며, 한편으로는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옴직한 거대한 구조물을 통해 도시의 상의 이상적으로 그리기도 하였다. 특히 현대에 이르러서는 경제논리 중심의 도시론에서 탈피하여 도시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그것이 가진 용량에 기초한 도시 구상안들이 이상적인 것으로 인식되어 생태중심적이고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개념이 주축이 된 이상도시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 도시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저밀도의 농촌과 도시가 합쳐진 모습을 하고 있다. 도시의 규모와 시설들은 모두 인간적 척도에 맞추어 적정한 규모와 크기를 가지고 있다. 충분한 공원녹지와 같은 외부공간이 확보되어있고, 또한 적정한 규모의 산업활동을 통해 자급자족도 가능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자급자족이란, 경제활동, 식량, 에너지, 그리고 배출되는 쓰레기 및 환경오염물질들의 정화 등에 관한 것들을 포함한 개념이라는 점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일반적인 도시와 농촌이 양분된 패턴으로는 불가능하고 도시농촌의 혼합적 관점에서 새로운 정주환경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러한 도시상의 실현을 위해서는 먼저 환경물질의 처리, 에너지공급 및 처리, 건축기술, 신 교통 수단 개발등에 있어서의 상당한 정도의 기술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아울러 초고속 광통신망의 완벽한 구축을 통해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히 수행되도록 해주어야 한다. 압축개발을 통한 자연공간의 보전, 도시내 침투형 녹지를 통한 자연의 유입, 인간과 사물의 이동이 각기 유기적으로 형성된 교통물류시스템, 친환경적 재료나 태양열과 같은 자연에너지원을 사용하는 건축과 주택, 이러한 것들이 채워진 우리의 정주환경이 21세기형 이상도시의 모습 아닐까 생각해본다.



/황재훈 충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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