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쟁은 대한민국 군대가 외국에서 싸운 첫 전쟁 이다. 1965년 공병부대인 비둘기 부대의 파병을 시작으로 1973년 3월 철수 할 때 까지 국군 48,000여명이 연합군과 함께 베트남의 공산화를 저지했다. 베트남 파병은 국군 장비의 현대화와 한강의 기적이라고 일컫는 경제 발전의 초석을 쌓는 계기가 되었다. 파병 당시만 해도 우리는 가난에 찌들어 밥 한 끼 제대로 먹지 못하고 살았다. 한해 양식이 바닥이 나고 보리마저 아직 여물지 못한 곡우(穀雨)부터 망종(芒種)까지 식량사정이 아주 딱하고 배고픈 고개라고 하는 춘궁기(春窮期)의 보릿고개가 있었다. 1963년 수출액은 8,680만 달러 국민 1인당 국민소득은 100달러에 불과했다. 미국으로부터 연간 5억 달러의 군사 원조와 경제 원조를 받는 실정이었다. 일제 강점기에서는 두말할 나위 없고 8.15 광복 후 1950년대 뿐 만 아니라 1960년대 까지 연례행사로 찾아온 우리민족이 넘기 힘든 큰 고개를 넘을 때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살다보니 산은 온통 민둥산이었음을 기억한다. 이렇듯 불과 60년 전만해도 가난을 숙명처럼 받아 드리며 우리가 미국의 원조를 받았는데 그 나라에서 당당한 이명박 대통령의 위상은 곧 우리나라의 국력이 아니겠는가.

지난 10월 13일 이대통령은 연방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45차례나 박수를 받고 기립 박수를 보내는 그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TV로 시청하며 감격해 속울음이 그칠 줄 몰랐다.

"한국이 이렇게 성장하는데 미국의 도움과 방위 공약이 큰 힘이 되었다"면서 한국의 이야기는 바로 여러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피로써 맺어진 혈맹이라고 했다. 더욱이 "자신감과 긍지, 자유민주주의, 자유로운 시장, 언론의 자유, 자유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한미 양국이 공유하고 있는 가치"라고 하며 "통일 한국은 어느 국가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고 동아시아의 안정과 세계평화에도 크게 기여 할 것" 이라며 의원들을 설득했다. 이어 북한에 대해 "통일을 위해서는 우선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가 달성 되어야 할 것"이라며 "바로 이것이 우리가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하는 이유"라고도 했다. 감동스러웠던 장면은 60년 전 6·25에 참전했던 4명의 의원 이름을 일일이 불러 회의장은 박수소리로 떠나갈 듯 했다. 80이 넘은 노(老)의원들은 스물을 갓 넘긴 나이에 한반도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한국이라는 나라 이름도 모르면서 전지에 왔다.

이들이 목숨을 걸고 싸웠던 대한민국은 당시만 해도 세계 최빈국(最貧國)이었다. 참전 미국 용사들은 왜 이 나라에서 싸우고 죽어가야 하는가. 하는 회의가 들만큼 한국은 절망적인 상황이었다고 한다. 노(老)하원 의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한국과 미국이 60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만나는 순간이었다. 이연설 모두에 "지난 60여 년간 한미 동반자 관계를 나타내는 우리말로써 "같이 갑시다' (We go together)" 라고 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21세기 세계의 의무와 운명이 다시 한 번 우리를 부르고 있다. 고 하며 과거에 항상 그래 왔듯이 같이 가자. 함께 전진해 나가자"고 하며 연설을 마칠 때는 우리나라가 큰 나라임을 실감했다. 이어서 이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준비한 백악관 국빈 만찬에 참석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한미 동맹의 핵심은 아주 한국적 표현으로 정(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정(情)을 느낀다" 며 "오늘 하루 매우 바쁜 일정을 보냈는데, 이분의 별명이 불도저인데는 이유가 있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도 "오바마 대통령을 보면 동양적인 '정'을 함께 가지고 있다. 어찌 보면 겸손해 보이고 속은 매우 강하다"고 하는 등 만찬 내내 '정'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되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또한 한미 정상회담 인사말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말로 "같이 갑시다"라고 화답 할 때는 친근감을 더해 친구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전쟁 폐허에서, 세계 최빈국에서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 그리고 세계 최강국 미국과 당당히 무(無)관세 교역을 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했고, 미국 의회는 한·미 FTA 비준안을 통과 시켰다. 이제 우리는 가슴을 여미고 국익에 우선해서는 국민이 한마음 되어단결하는 일이 중요하다. 사분오열되어 국론이 분열되는 모습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되겠다. 동방예의지국답게 신사도를 지키며 미래를 내다보자. "같이 갑시다"라고 말한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화답이 사뭇 정겨움으로 남는다.



/정관영 공학박사.충청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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