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명리 풍수지리 등 모든 동양역학의 근간인 오행설에서 수(水)는 화(火)를 극하여 물이 불을 끄고, 금(金)은 목(木)을 극하여 도끼가 나무를 자르는 모습에 비유된다. 여기에서 극이라는 말은 이렇게 '물과 불', '도끼와 나무'처럼 한쪽으로의 일방적인 관계를 의미한다.

그런데 오행에는 상극(相剋)외에 상모(相侮)라는 용어가 있다. 금이 목을 극하는 정상적인 오행법칙에 반해, 극을 하는 금은 약하고 극을 당하는 목이 강하여 금이 목을 극하지 못하고 목이 오히려 금을 능멸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상모를 오행의 상생이나 상극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법칙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엄밀하게 구분하면 상모는 법칙이 아니라 오행의 상극법칙이 현실에서 나타나는 모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법칙 성립의 세 가지 전제 조건은 동일단위, 동일공간, 동일시간이다. 오행의 상생상극 등 모든 자연 법칙이라는 의미 속에는 우리가 별도로 명시하지 않아도 이미 '동일단위(同一單位)', '동일공간(同一空間)', '동일시간(同一時間)'이라는 세 가지 전제 조건이 생략되어 있다.

'고양이와 쥐'라는 말의 의미 역시 오행 상극의 관계처럼 일방적인 관계를 의미하는데, 여기에도 '동일단위 동일공간 동일시간'이라는 세 가지 전제 조건이 생략되어 있는 것이다.

만약 전제조건을 '아기 고양이 한 마리에 큰 쥐 백 마리'라고 한다면 '고양이와 쥐'의 일반적인 의미가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일방적인 극의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것은 '동일단위'라는 기본 전제 조건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즉 '고양이와 쥐'라는 말 속에는 별도로 명시하지 않아도 이미 '보통 고양이 한 마리'와 '보통 쥐 한 마리' 혹은 '보통 고양이 몇 마리'와 '보통 쥐 몇 마리' 등으로 '동일단위'라는 당연한 전제가 묵시되어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보통 고양이 한 마리'와 '보통 쥐 한 마리'가 있는데, 고양이는 서울에 있고 쥐는 부산에 있다면, 역시 '고양이와 쥐'의 일반적인 의미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 경우는 '동일단위'의 조건은 충족되었지만 '동일공간'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통 고양이 한 마리'와 '보통 쥐 한 마리'가 '동일한 장소'에 있는데, 고양이는 아침에 있고, 쥐는 저녁에 있다면, 역시 '고양이와 쥐'의 일반적인 의미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 경우는 '동일단위'의 조건과 '동일공간'의 조건은 충족되었지만 '동일시간'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법칙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동일단위 동일공간 동일시간'이라는 세 가지 전제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만 하는 것이며, 이중 어느 한 가지라도 조건이 바뀌게 되면 일반적인 법칙이 아니라 예외가 되고 만다. 때문에 '상모'는 정상적인 법칙이 아니라 예외적인 상황이나 모순을 의미하는 것이다.

상모는 정상적인 법칙 현상이 아니고 비정상적 형상이기에 상극이나 상생처럼 오행의 일반적인 법칙과 동등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이상 작용인 상모가 얼마든지 일어난다. 상관을 해하는 하극상이나, 학생이 선생에게 폭력을 가하는 경우, 범죄자가 경찰에게 위해를 가하는 경우 등을 상모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대자연의 법칙은 만물 간 정상적인 상생상극을 통해 생장소멸을 해나가게 되어 있다. 결실의 계절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시기에 상모가 아닌 정상적인 상생상극만 일어나는 자연의 순리가 우리사회에 실현된다면 좀 더 살기 좋은 아름다운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해 본다.



/소재학 미래예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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