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26일 한 일간지에 당시 과학문화재단 회장인 김제완 서울대 명예교수의 '한국 과학의 3不 '이라는 글이 실렸다. 이글 중에 "암기 위주의 교육은 학생을 완전히 망가뜨린다"라는 문장을 제목으로 뽑아 인터넷에 올려놓았다. 근자 수십 년 전부터 한국교육계에서는 '암기위주의 교육을 시키지 말고 창의력 교육을 시키라'는 말을, 전대미문의 혁신적인 교육이론인양 권장 독려해왔다. 몰식견한 사람들은 그 말이 우민화적 혹세무민적 말인지 판별하지 못하고 맹신하여 손해를 본다. 필자는 충청일보 2009년 2월 5일 '온고지신법칙의 통시적 위대성', 2009년 4월 2일에 '선이해 후암기 창의력의 원천이다', 2011년 9월 19일 월요일 '암기위주의 교육부터 잘 시키자'라는 글을 써서 그 이론을 반박했다.광박한 기존 지식의 이해암기없이 응용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다. 자신이 암기하려고 의식하지 않았더라도 이해암기했기 때문에 창용(創用)하는 것이다. 그 사례를 제시해본다.

첫째, 김제완교수가 과학자이기 때문에 단순한 내용이지만 이공의학적 사례를 들어본다. 지금은 없지만 1960년대까지만 해도 연금술과 영구회전기관에 집착하는 사람이 있었다. 달턴의 원자설을 아는 사람은 연금술의 환상에, 열역할 제일법칙을 아는 사람은 영구회전기관에 집착하지 않는다. 발기강화제인 '비아그라'는 심장병 치료약물을 투약하던 사람이, 의외로 나타난 발기현상을 포착하여 창용한 것이다. 컴퓨터의 기능을 통해 살펴보자. 총 50쪽의 문서를 1~30쪽까지 복사하여 다른 문서로 옮길 때, 'F3'를 누르고 'page down'를 눌러 30쪽까지 가거나, 다람쥐를 이용한다.'Alt G'는 '쪽 찾아가기' 기능이다. 이 2가지 기능을 창용하면, 'F3'를 선택하고 'Alt G'를 선택하여 30을 친 다음 실행자판을 치면, 30쪽까지 위의 방법보다 수월하게 덮어씌울 수 있다.

둘째, 인문사회학적 사례이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 6권 제목인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는 중국 시인의 싯구 '인생도처유청산(人生到處有靑山)'을 응용했다. '이금기'라는 중국의 식품회사 회장 이문달의 사시(社是) '사리급인(思利及人)'은 '추기급인(推己及人)'을 창용했다. 광고쟁이 박웅현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광고어는, 미국 유학시절 60대 할아버지학생이 30대 교수에게 배우는 것을 보고 착안했다.

셋째, 추리력도 이해암기력을 통해 향상할 수 있다. '꿀벅지'라는 음란한 용어가 유행하자, 금메달을 딴 피겨스케이터 이상화의 허벅지를 '금벅지'라 표현했다. 필자는 학문을 하느라 답사를 많이 다녀 허벅지가 굵어진 경우 뭐라 부르면 되겠느냐고 유도해봤다. '학벅지'라고대답하도록 추리의 단서를 제시한 것이다. 이상의 실례를 통해 보듯이 암기력의 차이가 창의력의 차이다. 이제부터라도 다시 암기위주의 교육이라도 제대로 시키자.

필자는 '암기위주의 교육을 시키지 말고 창의력 교육을 시키라'는 말을 최초로 발언유포한 사람을 찾고 싶다. 그는 창의력 교육을 제대로 했으며, 그에게 교육받은 학생들이 얼마나 창의적인 인물이 많이 배출되었는지, 자신이 창의적으로 살았는지 정말 궁금하다. 아마도 그 사람은 표면적으로는 한국의 다중을 하향우민화로 유도하고, 이면적으로는 자신은 암기를 잘해서 창의적으로 성공했을 것이다.




/이상주 중원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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