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비엔날레 칼럼>윤현자(시인,충북시조시인협회 사무국장)

지루하게 쏟아 붓던 때 아닌 장맛비가 그치고 참으로 오랜만에 맞는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온 몸 가득 함초롬히 적신 이슬방울을 톡톡 햇살로 털어내며 다문다문 피어 오른 갈 꽃잎도, 하늘 한 자락 휘어잡고 유유히 흘러가는 한 떼의 뭉게구름도, 오늘만큼은 그저 평화롭고 넉넉할 뿐이다.

나라 안팎이 온통 어수선해도 가슴 한 켠 이토록 풍요로워지는 가을,

우리 고장 청주에서 '2007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amp;amp;amp;amp;quot;창조적 진화-깊고 느리게&amp;amp;amp;amp;quot;를 주제로 청주예술의전당과 청주문화산업단지 일원에서 대대적으로 개최된다.

1999년 제1회 &amp;amp;amp;amp;quot;조화의 손&amp;amp;amp;amp;quot;을 시작으로 2001년엔 &amp;amp;amp;amp;quot;자연의 숨결&amp;amp;amp;amp;quot; 2003년엔 &amp;amp;amp;amp;quot;쓰임&amp;amp;amp;amp;quot; 2005년엔 &amp;amp;amp;amp;quot;유혹&amp;amp;amp;amp;quot;이라는 주제로 격년마다 열렸으니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이다.

공예란 인간의 마음(heart)과 이성(reason), 그리고 손(hand)이 합쳐져 탄생하는 예술이라 했다. 아무리 손재주가 뛰어난들 진정한 정신과 내용을 담을 수 없다면 그것은 한낱 도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2007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지향하는 것도 바로 이점, 즉 공예 본연의 의미와 그것이 갖는 생명적 질서, 그리고 생태적 가치 속에서 진정한 의미의 변화와 성장이다. 금세 눈에 보이는 성과 중심이 아닌, 깊고 느리지만 자연과 우주와 융화된 지속적 개념으로의 확장이다.

전통공예품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공예의 전승과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중요무형문화재 특별전을 열어 도자, 옥, 금속, 목, 섬유공예 등 각 분야의 전통공예기능보유자 및 전수자들의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쉽사리 접할 수 없었던 북한의 인민. 공훈 1급 예술가 이상의 장인 50여명이 참여하는 북한공예특별전까지 개최한다고 하니 자못 기대가 크다. 그러나 적잖은 우려도 지울 수 없는 게 사실이다.

1999년에 시작하여 제5회째를 맞는 대대적인 축제이지만 지역주민의 자긍심이나 문화수준을 높이기보다는 주최 측과 그 주변의 일부만이 공유하는 행사가 아니었나 새삼 돌아보게 된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청주&amp;amp;amp;amp;middot;청원지역민들의 생활공예품 전시관을 열어 실생활과 밀접한,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여 생활 속에 공예를 확산시키고 행사에 대한 이해도 높인다는 점에서 다소 마음이 놓인다.

그리고 2007명의 충북인이 함께하는 &amp;amp;amp;amp;quot;2007 충북의 꿈&amp;amp;amp;amp;quot;과 &amp;amp;amp;amp;quot;공예오감체험&amp;amp;amp;amp;quot;, &amp;amp;amp;amp;quot;직지는 나의 친구&amp;amp;amp;amp;quot; 등의 체험행사는 참으로 높이 살만한 기획이다. 현존하는 세계적 금속문물 중 가장 오래된 직지심체요절의 산실인 흥덕사를 품어 안고 있는 청주가 아니던가!

공예의 생명력과 다양성으로 시민의 행복지수를 높이고 지역발전, 나아가 인류의 통합발전을 이루는 공예가 꽃피는 아름다운 사회, 크라토피아를 꿈꾸어보는 오늘, 전통 목공예와 민화, 병풍이 둘러 처진 사랑방에서 눈빛 순한 사람과 찻상을 마주하고 앉아 바람 끝에 묻어 온 가을 향기를 듬뿍 풀어 민무늬 다기 잔에 쪼르르 따라 차 한 잔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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