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이 7년 3개월여 만에 다시 만났다.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어제 노 대통령 환영행사장인 4.25문화회관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김 위원장이 행사장에 미리 나와 있다 노 대통령을 직접 영접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00년 6월에도 예고 없이 평양 순안 공항에 나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맞은 전례가 있다.

김 전 대통령 때처럼 숙소까지 동행하는 등 많은 대화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김 위원장이 노 대통령은 직접 영접한 데서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의 시작도 좋아 보인다. 두 정상은 오늘 두 차례 공식 정상회담을 갖는다. 회담에서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남북 경제협력 문제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평화선언' 형태의 합의문 채택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끝도 기대가 된다.

국민들의 한결같은 바람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진전이다. 노 대통령은 '대국민 인사'를 통해서, 또 평양에 도착해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화"라고 거듭 강조했다. 평화에 대한 확신이 없이는 민족의 공동번영과 통일 논의는 물론 교류니 협력이니 다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평화 정착의 첫 수순은 북한의 핵 완전 폐기임은 물론이다.

대통령 임기 말에, 그 것도 대선을 코앞에 두고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 정치적 시비가 인 것은 사실이다. 지나치게 북한에 퍼주기만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노 대통령이 부정적 논란을 불식시키는 길은 평화정착과 경제발전에 기여할 실질적, 구체적 진전을 이루는 것이다. 바로 김 위원장으로부터 북핵 폐기 약속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이 어제 군사분계선(mdl)을 걸어서 통과한 것은 '평화'의 의지를 김 위원장에게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과 같다. 이젠 김 위원장이 답할 차례다. 한반도 평화와 공존·공영을 위해 획기적인 이정표를 세우는 정상회담이 되도록 하려면 한반도 비핵화를 명확히 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통 큰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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