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업적을 이룬 사람에게 수여하는 상이 노벨상이다. 그런데 노벨상의 반대 의미를 가지는 이그노벨상은 세상에서 가장 엉뚱한 일에 몰두한 사람에게 수여한다.예를 들어 동굴 벽이 지저분하다고 생각해서 원시 시대의 벽화를 말끔하게 지워 놓은 프랑스의 보이 스카우트는 이그노벨 고고학상을 받았다.

이그노벨상 수상자들은 누구도 궁금해 하지 않거나 궁금하더라도 귀찮아서 내버려 두는 질문들에 몰두한다. 올해의 이그노벨 심리학상은 한숨의 심리적 기능에 대해 연구한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의 테이겐 교수가 받았다. 지금까지 우리는 한숨을 쉬는 것이 슬픔을 표현하거나 포기한다는 의미를 나타낸다고 생각하였지만, 그는 연구를 통해 기존의 방법이 통하지 않을 때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는 것은 새로운 해결책을 찾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하는 일종의 '휴식상태'라고 주장하였다.

이그노벨 화학상은 일본의 향기마케팅협회에 근무하는 연구진들이 받았는데, 이들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고추냉이 냄새를 분사하는 장치를 만들어 특허를 신청했다. 일본은 올해까지 5년 연속으로 이그노벨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그노벨상은 노벨상 못지 않게 창의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일본이 최근에 연속적으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향기 나는 정장'을 개발해서 세탁 회수를 줄인 공로로 1999년에 권혁호 씨가 이그노벨 환경상을 받았다. 2000년에는 문선명 통일교 총재가 이그노벨 경제상을 수상했는데, 1960년 이후 3천만쌍이 넘는 신자들을 합동 결혼시켜 사회적 비용을 절감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수상 내용은 다소 엉뚱하기도 하지만, 이그노벨상 수상자들은 모두 진지한 목적으로 연구하며, 그 결과 이그노벨상 수상자가 실제 노벨상 수상자가 되기도 한다.

작년에 진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영국 멘체스터 대학의 안드레 가임 교수는 10년 전에 개구리 공중부양 실험으로 이그노벨상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자기장 속에서 개구리가 동동 뜨도록 만드는 실험을 한 것이다. 그 후에 그는 그래핀이라는 신소재 물질의 발견으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그래핀은 육각형 벌집모양으로 탄소라 딱 한 층만 있는, 세상에서 가장 얇은 소재이다. 이론적으로는 만들 수 있지만, 실제 수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성공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연필심을 만드는 흑연은 그래핀이 여러 장 쌓여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가임 교수는 연필심에 테이프를 붙였다 뗀 것을 다른 테이프에 10~20번 가량 붙였다 떼는 과정을 반복해서 한 층의 그래핀을 얻어내는데 성공하였다. 만일 그가 그래핀 발견으로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면, 아마도 매우 엉뚱한 방법으로 그래핀을 만든 공로로 다시 한번 이그노벨상을 수상했을 지도 모른다.

다소 과격한 이그노벨 평화상도 있다. 리투아니아 수도의 주오카스 시장은 상습적인 주장차 위반으로 도로가 막히는 것에 분개하여 직접 장갑차를 끌고 다니면서 불법 주차한 차들을 깔아뭉개 버렸다. 그는 '평화를 위해서는 때때로 무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이 평화상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사람들은 매우 엉뚱하고, 쓸모없는 일에 시간과 노력과 돈을 낭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항상 쓸모 있는 것에만 투자한다면 인생은 너무나 무미건조할 것이다. 처음 들으면 너무 엉뚱해서 웃음이 터져 나오지만 점차 생각에 빠지게 하는 연구를 치하하는 상이라고 할 수 있는 이그노벨상에 관대한 시각을 가지게 되면, 엄숙하고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사고의 발전을 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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