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원샷경선' 결정..鄭측 "수용여부 심각하게 고민"

'봉합이냐 파국이냐'

대통합민주신당 지도부가 3일 '원샷 경선'을 치르기로 결정함에 따라 신당 경선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당장 이번 주말 실시되는 대전.충남.전북, 경기.인천 지역 경선을 연기해 14일 하루에 남은 지역 경선을 일괄실시하는 이 방안은 사실상 손학규(孫鶴圭) 이해찬(李海瓚) 후보측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어서 '경선일정 불변'을 강력히 주장해온 정동영(鄭東泳) 후보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

때문에 정 후보측이 고육지책으로 당 지도부의 결정을 수용할 경우 갈등은 일단봉합 수순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지만,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지도부의 결정에 불복할 경우 경선판이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오충일 대표는 이날 저녁 "이대로는 국민과 당원들에게 아무런 희망도 믿음도 줄 수 없었기 때문에 국민경선 관리의 최종 책임을 지고 있는 최고위와 경선위는 국민경선 방식과 일정을 조정하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며 회의결과를 발표했다. 손, 이 후보측은 당 지도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상당히 진일보한 결정"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 후보측 노웅래 대변인은 "당 지도부가 경선 도중 일정을 바꾼 것은 스스로 불공정 경선에 적극 나선 것"이라며 "당 지도부는 공정경선 관리를 할 건지 특정 후보를 계속 지원할 건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노 대변인은 지도부 결정 수용 여부와 관련해서는 "지도부가 일언반구 협의도 없이 경선일정을 바꾸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며 "앞으로 경선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심각하게 고민하겠다. 캠프가 오늘 저녁회의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손.이 양 후보측은 '물밑 교감'을 통한 공동 전선을 펴면서 ▲6~7일 경선일정 연기 ▲남은 경선 14일에 일괄 실시 ▲선거인단 명부 전수조사 실시 등 주요 주장에 대해 같은 입장을 취하면서 이날 하루 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손 후보측 우상호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당 지도부는 6~7일 예정된 경선일정을 조정해야 한다"며 "불법.부정선거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 처벌, 재발방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경선 진행을 보고만 있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 후보측 양승조 대변인도 이날 오전 긴급 선대위 회의 결과를 전하면서 "6~7일 경선이 강행된다면 지금까지 당 지도부가 정 후보측의 불법 부정선거를 모두 용인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런 당 지도부의 결정을 용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 후보측 선병렬 종합상황본부장은 정 후보 지지모임인 '평화경제포럼'이 수만명의 선거인단 명부를 입수해 본인 동의 없이 인터넷 인증업체를 통해 실명을 확인하고 선거인단에 등록했다는 제보를 공개하며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및 주민등록법 위반, 사문서위변조에 해당하므로 당은 즉시 경찰에 수사의뢰해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그러나 정 후보측은 "경선 연기는 원칙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맞불을 놨다. 주말 경선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 '정동영 대세론'을 최종 확인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두 후보측이 기존 경선 흐름에 제동을 걸고 '동원선거 논란'을 기정사실화 하려는 정략적 의도로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 후보측 노웅래 대변인은 "손 후보와 이 후보는 6~7일 경선이 그렇게 두려우냐. 여론조사를 해보니 대전.충남과 경기.인천에서도 보나마나 패배할 것이라는 무력감이 생겨 경선을 어떻게든 못하게 하려는 건지 묻고 싶다"고 역공을 폈다.

그는 당 지도부를 향해서도 "오충일 대표가 우리에게 분명히 '6~7일 경선은 하늘이 두쪽 나도 그대로 한다'고 말했다"며 "만일 경선 일정을 연기하면 이후 책임은당 지도부가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 후보 지지자 30여 명은 당사 앞에서 '이해찬.손학규 질 것 같으니 깽판이다'고 씌인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며 당 지도부와 면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샌드위치' 신세가 된 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부터 영등포 당사에서 최고위원회-국민경선위 긴급 연석회의를 소집해 저녁까지 마라톤 회의를 열며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회의결과 발표도 수차례 연기되는 등 합의 도출에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후보의 유불리의 문제가 아니라 당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지도부가 결연한 의지를 갖고 회의를 했다"며 "당 지도부가 어느 때보다 비장한 각오로 회의에 임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정대철 김덕규 정세균 장영달 조세형 고문 등 당 중진들은 오전 여의도 한호텔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중재안을 논의해 "경선의 틀을 유지해 15일에는 후보가 나와야 한다"며 지도부의 상황 수습에 적극 협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 등 재야 원로들이 모인 민주평화국민회의 상임고문단도성명을 내고 "당 대표와 지도부를 중심으로 세 후보가 화합하고 반드시 합의를 도출할 것을 요구한다"며 당 지도부에 힘을 실어줬다.

정 후보측은 이날 저녁 긴급 캠프 회의를 갖고 당 지도부의 결정에 대한 대책을논의할 방침이어서 어떤 결정이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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