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군 삼성면 냇거름 '시골아저씨'들의 못 말리는 족구사랑

1일 저녁, 충북 음성군 삼성면 시골마을 공터에 짙게 깔린 어둠을 뚫고 전조등을 밝힌 차량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공터를 밝혀줄 조명이 켜지고 가볍게 눈인사를 나눈 이들은 몸을 풀기 시작한다.

이 곳 한가운데에는 네트가 쳐져 있고 바닥은 매끄럽게 포장돼 있으며 눈에 잘 보이도록 녹색으로 색칠돼 있다. 편을 나눈 이들은 힘찬 파이팅과 함께 공을 차 넘기기 시작한다. 언뜻 보기에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평균연령은 48세이며 직업은 농부·택시운전사·부동산중개사·사업가·회사원 등으로 다양한 이 남자들은 대부분 충북 음성군 삼성면 냇거름 마을 사람들이다.

이들의 족구사랑은 타의 추종을 불허해 비가 오거나 모내기철인 농번기를 제외하면 하루도 족구를 거르지 않는다.

명절이면 가족들끼리 모여 화투를 치거나 낮잠으로 소일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풍속도지만 이 마을은 이번 추석에도 고향을 찾은 사람들과 어우러져 족구를 즐기며 마을 잔치를 벌였다.

▲음성군 삼성면 냇거름 마을 주민들이 족구를 통해 화합을 다지고 있다.

이들이 족구를 시작한 것은 6년 전이다. 운동 초기 마을에 운동할 공간이 없어 3㎞ 떨어진 면사무소 광장과 면소재지 체육공원을 찾아다니며 운동을 했다. 하지만 운동장이 멀어 불편했고 다른 팀이 운동하고 있으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뜻 있는 사람들이 주축이 돼 족구장 부지 매입 기금을 모으기 시작하자 이 곳이 고향인 출향인들도 마음을 보탰다.

1500만원을 모아 지금의 족구장이 만들었으며 한동네 사람인 땅 주인도 용도를 알고 시세보다 싸게 팔아 도움을 줬다.

이렇게 마을 사람 모두가 주인이며 주·야간 언제든 족구를 할 수 있는 전천후 족구장이 5년 전에 마련됐다. 지금 이 마을 사람들은 족구를 빼놓고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족구사랑에 푹 빠져 있다.

이 마을의 옛 지명을 0따 '천기족구회'를 구성했고 족구가 가능한 사람들은 모두 회원이다.

실력 또한 만만치 않다. 매일 함께 발을 맞추다 보니 서로의 눈빛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시골 아저씨들'이라고 얕잡아 봤다간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30대로 구성된 음성군청 '나르리' 족구팀이 친선경기를 왔다가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망신을 당하고 돌아가는 등 인근의 지역팀들과 경기를 해 져본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높은 승률을 자랑한다.

진영장 천기족구회장(49)은 "운동을 하려고 했을 때 40대 중반이었고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다보니 족구였다"면서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고 경제적이며 재미까지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운동이 없을 것"이라고 족구 예찬론을 폈다.

김태수 천기족구회 총무(48는 "여기 모인 사람들 족구화를 대부분 '마나님'들이 사줬다"며 "족구하면서 부부 금실이 좋아져 화목한 가정이 됐으니 70살을 먹어도 족구를 하겠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족구 공을 쫓는 이들의 표정에는 열정과 힘이 넘쳐 흘렀다. 이들 모두가 족구로 인해 더욱 화합하고 행복해지길 바라며,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행복을 함께 하길 기대한다.

/이화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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