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일 5타 잃어 공동 10위..프레셀 최연소 메이저 우승

【란초 미라지=연합뉴스】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으로 '명예의 전당' 입회를 자축하려던 박세리(30.cj)의 꿈이 허망하게 무너졌다.

올해 연말 명예의 전당 입회식을 가질 예정인 박세리는 2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란초 미라지 미션힐스골프장(파72. 6천673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라프트 나비스코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5오버파 77타로 크게 부진, 공동 10위(1오버파 289타)에 그쳤다.

공동 선두로 출발, lpga 투어에서 4개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을 기대했으나 간신히 '톱 10'에 이름을 올리는데 그쳐 끝내 미션힐스골프장과의 악연을 떨쳐내지 못했다.

us여자오픈, 브리티시여자오픈, 그리고 lpga챔피언십 등 3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컵 5개를 수확한 박세리는 유독 나비스코챔피언십이 인연을 맺지 못해 2002년 9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공동 선두 수잔 페테르손(노르웨이)과 챔피언조에서 플레이에 나선 박세리는 막판에 자멸했다.

9번홀까지 버디 2개와 보기 2개를 맞바꾸며 타수를 줄이지는 못했지만 한때 3타차 선두에 나서는 등 선두그룹을 지켰다.

하지만 9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은 페테르손에게 선두를 내준 박세리는 10번홀(파4)에서 3퍼트 보기가 나오면서 우승 전망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12번홀(파4)에서 버디를 뽑아내며 희망을 살리는 듯 했으나 13번홀(파4) 보기에 이어 15∼17번홀에서 내리 3개의 보기를 쏟아내며 주저 앉았다.

드라이브샷은 러프를 찾아 들었고 짧은 파퍼트도 홀을 번번이 비켜갔다.

박세리는 마지막 18번홀(파5)에서도 두 번째 샷을 연못 너머 아일랜드 그린을 향해 곧장 쏘아 올리는 승부수를 띄웠으나 그린을 훌쩍 넘어 물에 빠지면서 1타를 더 잃어 10위 밖으로 밀려날 위기를 맞기도 했다.

박세리는 "후반 9홀이 어렵기 때문에 키포인트였는데 오늘 많은 실수를 범했다. 퍼팅이 잘 안 되면서 스코어를 지키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우승컵은 '싸움닭' 모건 프레셀(미국)에게 돌아갔다.

박세리, 페테르손 등 선두그룹에 4타 뒤진 공동 9위로 출발한 프레셀은 보기없이 버디 3개를 잡아내는 깔끔한 경기를 펼친 끝에 4라운드 합계 3언더파 285타로 정상에 올랐다.

2001년에 최연소 us여자오픈 본선 출전 기록(13세)을 세웠던 프레셀은 lpga 투어 최연소 메이저대회 우승 기록(18세10개월9일)의 주인공이 됐다.
종전 기록인 1968년 lpga챔피언십에서 나이로 우승했던 샌드라 포스트의 20세19일을 2년 가까이 앞당겼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동갑내기 한국계 스타 위성미(17.나이키골프)에 대해 "실력에 비해 과분한 대접을 받는다"는 쓴소리를 서슴지 않았고 2005년 us오픈에서 김주연(26.ktf)에게 우승을 내주고 준우승에 그치자 눈물을 펑펑 쏟으며 분한 감정을 숨기지 않아 '싸움닭'이라는 별명이 붙은 프레셀은 난생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에서 거두는 감격을 누렸다.

프레셀의 우승으로 2000년부터 최근 7년 동안 '외국인'에게 돌아갔던 나비스코챔피언십 우승컵은 모처럼 미국 선수 차지가 됐다.
우승상금 30만 달러를 손에 넣은 프레셀은 "무슨 일이 일어나도 차분해지자고 다짐했는데 꿈이 현실이 됐다"면서 기뻐했다.

그의 우승에는 선두그룹 박세리와 페테르손의 자멸이 한몫했다. 특히 마지막 4개홀을 남겨놓고 3타차 선두를 달리던 페테르손은 15번홀(파4) 보기, 16번홀(파4) 더블보기, 17번홀(파3) 보기로 3개홀에서 4타를 까먹으며 프레셀에 우승을 헌납했다.

7일 전 세이프웨이 인터내셔널에서도 최종일 2타차 선두를 후반에 지키지 못해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에게 우승을 내줘야 했던 페테르손은 2개 대회 연속 준우승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페테르손은 "오늘 실수를 가장 적게 하는 선수가 우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나는 실수를 너무 많이 했다"고 한탄했다.

이븐파 72타를 친 안시현(23)은 합계 1언더파 287타로 공동 5위에 올라 3개 대회 연속 '톱10' 입상 행진을 이어갔다.

첫 메이저대회 우승과 세계랭킹 1위 등극을 노리던 오초아는 공동 10위(1오버파 289타)에 머물렀고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공동 31위(9오버파 297타)로 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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