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의도에서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비준을 놓고여야가 피터지게 싸우고 있다.한쪽은 나라 흥하게 하자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나라 망하는 길이니 하지말자는 관점에서 충돌하고 있다. 둘다 '국익'을 위한다는 대명제에는 부합이 되지만 공통의 합치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이것은 타협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 선택의 문제이다. 그러나 선택의 키를 쥐고 있는 금배지들의 모든 속내는 다가올 총선에서의 민심 향배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쏠려있다.여당이야 그렇다 치고 야당 일부의 협상파들도 낙선운동 운운하는 세력에 밀려 '소신'을 접게되는 떼거리 정치로 나라의 이익과 국민의 존재감은 망실되고 있다.합의가 여반장(如反掌)이 되고 지도부의 말 한마디에 '소신'대신 '맹목적' 추종이 되는 정치 무대의 배우들에게는 수성이나 입성의 첫 단계인 '공천'이라는 발목지뢰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비난 감수하며한 발언 높이평가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합종연횡, 이합집산이 횡행하는 것이 정치판이다. 긍정보다 부정의 이미지로 남는 그들만의 리그에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의 피해자는 다름아닌 국민이다. 표 떨어질 것 같은 조짐이 보인다 하면 소신과 철학을 포장해 개혁의 전도사로 변신하고 , 아니면 투사를 자처한다. 모두 생존의 방법일 것이다.조변석개하는 민심에 일류 서핑선수처럼 파도를 잘 타가며 다시 금배지를 달 수 있는 흐름을 읽고 있는 그들은 스스로 여론의 함정에 빠질 우려가 높다. 금배지만 그런가.모든 선출직이 유권자를 의식하지 않고서는 존재 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지지층과 소속 정당의 기조를 어겨가며 '소신'을 견지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지난 주 본보가 한미무역협정 갈등에 대한 지역 자치단체장과 경제단체, 그리고 농민단체의 입장을 직접 인터뷰한 결과를 보도했었다.농축산인들은 당연히 반대이고 경제단체는 찬성으로 예상된 바 그대로 였다. 다만 단체장들은 야당이 대세인 가운데서도 피해 대책 강구를 내걸은 '조건부 찬성'이 다수였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한사람이 있었다.민주당 소속 한범덕청주시장으로 그는 같은 당 단체장들 속에서 유일하게 비준에 찬성을 했다."국익을 위해서는 비준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남들처럼 '조건부'라는 꼬리도 달지 않았다. 야당 단체장으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것을 잘 알고 그 후에 쏟아질 비난도 적지 않을 것을 감수하면서 '소신'을 밝힌 그의 용기가 가상했다. 일부 한미 FTA반대파들이 시청 앞 등에서 한시장을 비난하는 일인시위를 했다고 하는데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이다.



-국익추구가 ' 최고선(善)'에 공감


그는 왜 당론을 거스르며 나라의 이익을 위해 우리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했을까.청주시 산업구조가 농축산업 비중이 높지 않아 실제 이득이 클 것이라는 현실론을 바탕으로 한 것일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나름대로 중앙부처에서 오랜 관료생활을 하며 친 정부적인 성향이 있긴 하겠지만 진정한 국익을 추구하자면 일시적인 피해와 고통은 감수하고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가치관 속에 그런 '소신'을 피력했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 역시 표를 먹고사는 선출직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제로섬 게임이 아닌 플러스 섬 게임의 관점을 설파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하는 추론도 해보게 된다. 한시장의 소신은 '매국'을 외치는 '소수의 목청' 보다 진정한 국익이 무엇인가를 인식하며 침묵하는 다수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런 것 까지 염두에 두고 찬성 발언을 한 것은 아니겠지만평소 합리적인 한시장의 사고의 틀을 볼 때 무조건 반대가 아닌 내용면에서의 국민적 이해를 바탕으로 실리를 찾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본인은 '소신'이라고까지 평가받기에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대놓고 지지 못하는 입장에서 보면 돋보이는 게 사실이다.그러면서 그가 지적하는 피해 구제를 위한 대안 마련 실익 등에 대한 대국민 설득과 이해 노력이 부족한 점은 정부나 여당이 꼭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다.



/이정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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